사실상 철수 발언…남북정부 압박 목적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개성공단에 입주한 기계전자 부품소재 기업들이 북에 남겨두고 온 생산설비를 돌려달라고 남북정부에 요구했다. 사실상의 철수 선언이다.
3일 개성공단 내 기계전자 부품소재 기업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생산설비를 가져올 수 있도록 남북 정부가 하루빨리 방북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김학권 개성공단기업협회 전 회장은 "빈사상태의 기업 회생과 바이어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빠른 시일 안에 폐쇄든 가동이든 결정해 달라"며 "결정이 안 될 시에는 개성공단 설비를 국내외 지역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북한 당국은 즉시 군 통신연결과 설비이전에 필요한 제반 조치를, 우리 정부는 설비 이전에 필요한 조치를 해 주고 설비의 국내외 이전에 대한 제반 지원책을 강구해 달라"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은 정부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최후를 맞는 기업의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기계전자 업종 기업들이 설비 철수를 요구하는 이유는 공장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기계설비가 녹슬고 있고, 이달 들어 장마철을 맞으면서 노후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입주 기업인들은 7월 중에 개성공단이 정상화되거나 장비를 빼내오지 못하면 향후 정상가동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단 섬유업종의 경우 설비가 단순해 기계전자 업종 기업들과는 달리 장비 노후화 속도가 더디다. 기계전자 부품소재 기업만이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사실상의 철수 선언이지만, 기업들은 '철수'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기계전자 업종 CEO는 "설비를 다른 곳으로 옮겨서 활용하다 개성공단이 정상화되면 다시 가져와 가동한다는 뜻"이라며 "설비를 철수하려는 것도 기계전자 업종에 한정된 것이므로 개성공단 전부가 철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서해북방한계선(NLL) 대화록 공개에 여야가 동의하고, 북측이 박근혜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하는 등 남북관계가 날이 갈수록 경색되고 있어 이들의 주장이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4일 오전 10시 부산역에서 개성공단 정상화를 염원하는 '평화 국토대행진' 출정식을 벌이는 등 정부에 대한 압박을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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