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한 단계 성장해 브라질월드컵에서 새로운 옵션으로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
안익수 성남일화 감독이 축구대표팀 예비후보로 이름을 올린 애제자의 분발을 당부했다. 핵심 공격수 김동섭과 주장 박진포다. 태극마크 도전만을 염두에 둔 조언이 아니다. 선수단 내 경쟁의식을 자극하고 프로축구의 동반 성장을 바라는 포석이다.
안 감독은 지난달 29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15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경기를 앞두고 "김동섭과 박진포가 대표팀 예비명단에 올랐단 얘기를 전해 들었다. 경쟁심을 발휘해 기회를 살렸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두 선수는 오는 20일 국내에서 막을 올리는 동아시아연맹(EAFF) 선수권대회(동아시안컵) 예비 엔트리 40명에 포함됐다. 대회는 홍명보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의 데뷔전으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최종엔트리 23명을 둘러싼 경쟁이 기다리고 있지만 이들에겐 1차 관문을 넘어선 것만으로도 의미가 남다르다.
김동섭은 2012 런던올림픽 최종명단에서 탈락했다. 주전 공격수 자리를 놓고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으나 홍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후 친정팀 광주의 2부 리그 강등까지 겹쳐 극심한 마음고생을 겪었다. 올 시즌은 다르다. 성남 이적 이후 절치부심하며 15경기 5골 1도움으로 맹활약한다. 거듭된 성장세로 '홍명보 호' 재입성을 눈앞에 뒀다.
오른 측면 수비수 박진포는 생애 첫 태극마크를 노린다. K리그 클래식에서의 꾸준한 활약에도 '언성 히어로'로 불렸으나 대표팀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되는 풀백 포지션의 새로운 경쟁 자원이다. 한국형 축구와 수비 조직력 강화를 출사표로 던진 홍 감독의 눈도장을 받을지 주목된다.
안 감독은 "동섭이가 올림픽대표팀 최종 경쟁에서 밀린 아픔이 있는 만큼 냉철한 판단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한다"라고 했다. 더불어 "진포는 성남의 구심점이자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주는 노력파"라며 "좀 더 경쟁력을 높여 소속팀과 대표팀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남다른 기대는 안 감독이 추구하는 철학에서 비롯된다. "지난 시즌 타 팀 백업 요원이던 멤버들이 성남에서 자리를 잡아 안도감을 느낀다"라고 지적했던 그는 "선수 스스로 대표팀 발탁, 해외진출 등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경쟁력을 키워야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개인의 발전은 팀의 경기력은 물론 프로축구의 발전과도 직결된다"라고 강조했다.
김동섭과 박진포의 대표팀 후보군 포함은 긍정적 변화의 신호탄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매주 선정하는 정규리그 주간 MVP 명단에 포지션별 수상자를 꾸준히 배출하는 점도 고무적. 성적부진과 패배의식으로 움츠렸던 지난 시즌 악몽에서 벗어나고 있단 방증이다.
무거운 책임을 안고 도전에 임하는 두 선수의 각오는 특별하다. 김동섭은 "성남에서 웨이트와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해 체력과 몸싸움에 자신감이 붙었다"며 "꾸준한 활약으로 동아시안컵 최종엔트리에 선발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박진포 역시 "홍 감독님은 선수와 지도자로 명성이 높아 한 번쯤 배워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며 "아직 최종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팀에서 맡은 임무를 충실히 소화하며 결과를 기다리겠다"라고 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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