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금융시장, 슈퍼리치들 뭐할까
관망세 유지 '기회 엿보기' 전문가 "보수적 시각 필요"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임대사업자 A(60)씨는 금융자산 30억원, 부동산 50억원 등 총 70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올들어 이자소득이 전액 비과세되는 해외채권형 변액보험에 10억원, 상장지수펀드(ETF)랩 상품에 10억원, 10년물 국채에 10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모두 장기 투자를 계획했지만 지난달부터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장부가만 3000만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A씨는 "일단 투자포트폴리오 조정없이 경기상황을 지켜보려고 한다"면서 "세제혜택을 보기 위해선 장기투자해야 되는데다 버냉키 쇼크도 진정될 국면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미국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일반 투자자들은 물론 슈퍼리치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올들어 북핵이나 중국의 신용등급 경색에도 꿈쩍하지 않고 오히려 투자비중을 늘리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한 증권사 PB는 "최근 고액자산가들은 채권이나 주식 등 한 곳에 비중을 두기 보다는 틈새상품을 통해 자산을 다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리스크를 분산시켜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년물 국채금리는 5월말 3.12%에서 지난달말 3.44%로 마감했다. 같은기간 인도네시아는 10년물 국채금리가 5.98%에서 7.23%로 급등했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2.13%에서 2.59%까지 올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브라질 국채마저 큰 폭의 손실을 냈다. 특히 지난 5월 브라질 토빈세가 철폐되면서 국내 증권사들이 브라질 국채투자 상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며 판매량을 늘려왔다. 하지만 외국인 자금 이탈로 헤알화가 약세를 보이자 지난해 가입자 기준 10~20%의 평가손실이 발생한 상태다. 증권사 PB센터 관계자는 "국고채 30년물 투자자들은 대부분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하기 보다는 매매차익을 올리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 채권금리 급등으로 대규모 평가손실을 봤다"며 "장기물은 팔고 고정금리를 제공하는 단기물에만 투자하는 채권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말 2000선이던 코스피는 한 달도 안돼 200포인트 가량 빠지고, 슈퍼리치들의 필수 보유종목인 삼성전자마저 130만원선이 무너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공격적으로 주식 매수에 나섰던 자산가들이 예상외로 주가가 급락하자 연초 올린 수익을 버리는 손절매를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식 매수타이밍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고액자산가들도 있다. 한 증권사 PB는 "강남 부자들 중 일부는 코스피지수 1800선을 매수타이밍으로 생각했다"면서 "지난 27일부터 증시가 급등하자 매수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올해 초 손절매를 통해 현금을 확보한 B(48)씨의 경우 직접투자 방식보다 ETF펀드에 일부 자금을 넣어둘 계획이라고 했다. 글로벌 자금 흐름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미국 주식을 비롯해 채권, 외환, 원자재 등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김성훈 신한BNP파리바 운용팀장은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채권금리마저 상승하고 있어 신규투자를 하기도, 손절매를 하고 다시 포트폴리오를 짜기도 애매해졌다"면서 "지금으로선 일정 자산을 현금화하고 투자방향을 새로 정하는 것보다는 시장 방향성을 타진해보면서 보수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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