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갈라서려 해도 어렵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삼성전자와 관계를 정리하려 해도 제대로 되지 않아 난처한 입장에 놓였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전했다.
저널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내년에도 삼성이 애플의 최대 부품 공급업체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은 2005년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의 끈질긴 설득으로 MP3 플레이어 릫아이팟릮에 하드디스크 대신 삼성의 낸드플래시메모리를 사용하며 본격적인 협력관계에 돌입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격화로 지난 2년 동안 특허 분쟁까지 치렀지만 양사는 관계를 무 자르듯 잘라낼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
애플은 최대 경쟁사로 떠오른 삼성의 낸드플래시, D램, 디스플레이 부품 구매를 줄여왔다. 그럼에도 애플의 아이팟, 아이패드, 아이폰에는 여전히 삼성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칩(CPU)이 사용되고 있다. 일부 신형 아이패드에도 삼성이 만든 디스플레이가 아직 들어간다.
최근 애플이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 TSMC와 아이폰용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공급계약을 맺고 핵심 부품의 삼성 의존도 축소에 나섰지만 이도 삼성의 존재감만 부각시켰다.
애플은 2010년부터 TSMC의 부품 공급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각종 기술적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TSMC는 애플이 원하는 수준의 칩 공급을 계속 지연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애플의 독자 노선은 그야말로 릫가시밭길릮이다. 애플은 2010년 아이폰4에서 삼성 디스플레이를 배제하기 시작햇다. 그러던 중 2011년 3세대 아이패드 개발에 문제가 생겼다. 일본 샤프에 필요 부품을 주문했지만 기술력 문제로 원하는 수준의 제품이 공급되지 않았다. 결국 3세대 아이패드는 삼성의 디스플레이를 달고 출시됐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 서치의 하야세 히로시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디스플레이를 경쟁사에서 구입하는 것은 신제품 정보 공유와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애플 임원진은 삼성에 대한 높은 부품 의존도가 가격 협상력을 떨어뜨리고 다른 신기술 채택에 걸림돌이 된다고 우려한다. 게다가 최신 전자부품을 찾다보면 한결같이 삼성의 제품이다.
애플이 삼성과 거래를 완전히 끊으면 삼성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 홍콩 주재 증권업체 샌퍼드 C 번스타인의 마크 뉴먼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애플이 지난해 삼성에서 조달한 프로세서만 50억달러(약 5조6975억원) 규모다.
삼성은 가만히 앉아 당하지 않겠다는 듯 맞대응하고 있다. 저널은 삼성이 지난 3월 샤프 주식 3%를 취득한 것과 관련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애플과 샤프의 밀착관계 방지용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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