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지난해 인도 시장에 진출한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월마트가 인도에서 부패와 로비 문제 등에 연루되면서 사업 확대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월마트는 최근 인도 법인인 바르티 월마트의 라지 자인 사장이 사임했다고 밝혔다. 후임은 지난달 월마트에 합류한 람닉 나르시 부사장으로 정해졌다. 월마트 측은 자인의 갑작스러운 사임 배경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월마트의 인도 시장 부진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보고있다.
중국·멕시코·브라질 등 신흥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월마트는 최근 몇년간 인도 진출을 위해 거액의 돈을 쏟아부으며 공을 들였다. 그러나 성적은 좋지 않다. 지난해 인도에서 22곳의 매장을 열 계획이었던 월마트는 겨우 5곳을 오픈하는데 만족해야했다.
설상가상으로 월마트가 인도 진출을 위해 2008년 이후 5년간 미국 정부를 상대로 2500만달러(약 288억원)를 썼다는 보고서가 공개됐다. 월마트가 인도 정부에도 뇌물을 건넸다는 주장도 쏟아졌다. 인도 정부는 월마트가 인도 내 슈퍼마켓과 편의점에 불법적으로 투자했다며 조사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월마트가 바르티 소유 '이지데이'의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며 돈세탁을 해온 혐의도 제기됐다.
유통업계 시장개방을 놓고 말 바꾸기를 하고 있는 인도 정치권 역시 월마트의 속을 태우고 있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12월 유통업체에 대한 외국인기업의 지분 투자한도를 51%로 늘리는 법안을 통과했다. 유통시장을 개방하고 외국인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일부 정치인들이 이와 같은 정책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월마트는 멕시코와 브라질에서도 부패 스캔들로 곤욕을 치룬 바 있다. 과잉광고와 가짜 식품 판매 등으로 물의를 빚으면서 중국과 일본에서도 갑작스런 경영진 교체를 단행했다. 여기에 인도 시장의 사업 확대에도 차질을 빚으면서 월마트가 신흥 시장 진출 전략 자체를 수정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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