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올 시즌 야심찬 출사표를 던졌다. 1988년 이후 이루지 못한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바람은 현실화되기 어려워 보인다. 24일(이하 한국시간)까지 31승42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하위다. 이런 추세로 시즌을 마칠 경우 다저스는 69승93패(승률 0.426)를 남기게 된다. 이는 1958년 로스앤젤레스로 연고지를 옮긴 이후 두 번째로 나쁜 성적이다. 최악은 100패의 수모를 간신히 모면한 1992년의 63승 99패였다. 피러 오말리 구단주 시절이던 당시는 면죄부라도 있었다. 지출이 리그 중상위권 수준이었다. 올해 다저스는 빅 리그 최고의 부자구단이다. 현 부진은 더 굴욕적일 수밖에 없다.
현지 매체나 야구관계자들은 부진의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꼽는다. ▲부상선수(부상자명단 등재 15명) 속출과 주전들의 부진 ▲돈 매팅리 감독의 지휘력 부재 ▲스탠 카스텐 사장과 네드 콜레티 단장의 비효율적 전력보강이다. 이쯤 되면 마크 월터 구단주는 충격요법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 매팅리 감독과 콜레티 단장의 경질이다. 그러나 구단수뇌부의 생각은 아직 아닌 듯하다.
콜레티 단장은 23일 LA 타임즈와 인터뷰에서 매팅리 감독의 해고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명분도 없다고 했다. 넘쳐나는 부상자가 그 이유. 콜레티는 “시즌이 절반 가까이 지났지만 한 경기에도 베스트 라인업을 내보내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수단을 둘러싼 다양한 불화설(안드레 이디어, 맷 캠프와 매팅리 감독의 언쟁, 불펜 운용과 보직부여에 대한 불만)에 대해서도 “선수들의 노동관(Work Ethic)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며 선을 그었다. 빈곤한 득점력에 대해서도 거들었다. 콜레티는 “시즌 전 클린업트리오로 지명한 캠프, 아드리안 곤잘레스, 헨리 라미레즈가 모두 나선 경기는 단 두 번에 불과하다”며 “캠프가 돌아오면 클린업은 정상 가동된다. 타선에 대한 평가는 세 선수가 함께 뛰는 걸 지켜보고 내려도 늦지 않다”라고 당부했다.
콜레티의 해명에도 다저스의 현 주소는 어두워 보인다. 팀 득점은 261점으로 30개 구단 가운데 28위다. 불펜의 평균자책점도 4.23으로 26위에 그친다. 불펜의 가장 큰 문제는 승리기여확률(Win Probability Added)이다. 다저스 불펜의 WPA는 -4.21로 리그 최하위다. 불펜의 방화로 4.21승을 도둑맞았단 얘기다. 여기에 혁혁한 공헌(?)을 한 선수는 로날드 벨리사리오(-2.05), 브랜든 리그(-1.53), 맷 게리어(-1.17) 등이다.
당장 흔들리는 불펜에 획기적인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믿을 건 선발투수진의 안정과 타선의 응집력 강화뿐이다. 현 상황에서 다저스가 가장 간절하게 부활을 바라는 건 캠프일 것이다. 캠프는 5월 30일 오른 햄스트링 부상으로 15일 부상자명단에 오른 이후 재활에 전념하고 있다. 23일 트리플A 앨버커키에서 마이너 리햅(Minor Rehab)을 시작했다. 이상이 없을 경우 이르면 25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늦어도 28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선수단에 합류할 전망이다.
캠프는 빅 리그 최정상급 타자다. 반열에 올라선 건 2011년이다. 타율 0.324 39홈런 40도루 126타점을 남기며 호타준족의 명성을 드높였다. 창출한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WAR)는 무려 8.4였다. 전미기자협회로부터 내셔널리그 MVP로 선정된 그에게 아쉬움은 홈런 1개가 모자라 빅 리그 통산 다섯 번째 40홈런-40도루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었다. 역대 40-40 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1988년 호세 칸세코, 1996년 배리 본즈, 1998년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즈), 2006년 알폰소 소리아노(시카고 컵스)뿐이다.
일반적으로 홈런 타자들은 극단적으로 끌어당기는 게스히팅으로 공을 담장 밖으로 넘긴다. 캠프의 타격은 조금 다르다. 엄청난 배트스피드를 갖춰 공을 끝까지 보고 홈플레이트를 지나가는 시점에서 밀어 쳐 장타로 연결한다. 그러다보니 중앙, 우중간,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가 많이 나온다. 2011년 캠프가 밀어 쳐 담장을 넘긴 타구는 19개였다. 전체홈런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밀어치기로 홈런을 때리는 선수는 145년 빅 리그 역사에서 흔치 않다. 마이크 피아자의 최전성기 시절(1996~2002년)이나 캠프의 동료 곤잘레스가 팻코 파크 좌중간 담장을 넘기던 3년(2008~2010년) 동안에나 볼 수 있었다.
특유 타격을 갖춘 캠프에게 중요한 건 인내심과의 싸움이다. 일반적으로 슬러거들은 장타를 치는데 두 가지를 필요로 한다. ▲게스히팅의 확률을 높일 수 있는 투수와 수 싸움 향상 ▲노리는 공이 왔을 때 타구를 강하게 때려내는 능력이다. 반면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공이라면 어떤 코스라도 담장을 넘길 수 있는 캠프에겐 존 밖으로 빠져나가는 직구와 변화구를 참아내는 부분이 시즌의 성패를 가른다.
2011년 캠프는 존에 들어오는 공을 잘 골라 맞췄다. 장타는 자연스레 증가했다. 39개의 홈런 가운데 35개가 존에 들어온 공을 공략한 타구였다. 37개의 2루타와 4개의 3루타에서도 존에 들어온 공을 공략한 경우는 각각 25번과 2번이었다. 존 밖으로 빠진 공에 스윙을 한 확률(O-Swing%)은 32.9%. 커리어평균인 31.8%보다 약간 높았다. 하지만 존을 빠져나간 공을 맞춘 확률(O-Contact%)는 65.7%로 커리어하이였다. 나쁜 공에 손을 대는 성급함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무기력하게 헛스윙을 돌리는 확률이 크게 낮아졌단 뜻이다.
그해 캠프의 타격이 부진한 날엔 특징이 있었다. 존 바깥을 벗어난 공에 삼진을 당하거나 무리한 당겨치기로 3루수와 유격수 방면으로 향하는 내야 땅볼로 물러났다. 캠프는 공을 때리며 무리하게 끌어당기는 스윙을 했는데, 이때 의식적으로 공을 띄우려고 했다. 그 결과 땅볼타구비율(GB%)은 커리어로우인 36.3%까지 낮아졌다. 커리어평균 41.4%보다 5% 정도가 낮았다. 반면 플라이 볼 당 홈런타구비율(HR/FB%)은 21.4%로 높아졌다. 투수들에게 타구가 외야로 뜨면 홈런이 될 수 있단 공포심을 안긴 셈이다. 스테로이드 시대가 막을 내린 2010년 이후 한 시즌 500타석 이상 들어선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HR/FB%을 남긴 건 2012년 아담 던(시카고 화이트삭스)으로 29.3%다.
②편에서 계속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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