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통한 ‘CJ 비자금’ 조성·탈세···갤러리 서미 대표 재소환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CJ그룹의 미술품 거래를 활용한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갤러리 서미 홍송원 대표를 이틀 연이어 소환 조사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21일 오후 2시 홍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홍 대표는 전날 오후 서초동 검찰청사에 나와 9시간 넘게 조사받은 뒤 밤늦게 귀가했다.

검찰은 홍 대표를 상대로 미술품 거래 규모와 경위, 구매대금 결제과정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미술품 거래에 명의를 제공하거나, 대금 결제에 관여한 CJ 임직원 3명도 함께 불러 자금 출처와 거래 목적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이재현 회장 등 CJ그룹 오너 일가는 2001~2008년 갤러리 서미를 통해 해외 유명 미술가들의 작품 1422억원 어치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 가운데 탈세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2005년 이후를 중심으로 미술품 가격이나 거래 내역을 조작해 양도세 등 세금 탈루가 이뤄지거나, 매입대금 결제 과정에서 자금 세탁을 거쳐 비자금이 조성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 측이 개별 거래마다 대금을 지급한 경우도 있지만 수차례 거래를 묶어 한 번에 대금을 지급하기도 하는 등 지속적인 거래관계를 통해 중간 정산해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그룹 임직원 명의 차명계좌로 관리되어 온 이 회장의 차명주식이 사채시장 등을 거쳐 현금화된 뒤 미술품 매입대금 형태로 흘러든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는 차명주식 명의자와 미술품 구매 명의자를 일치시켜 주거나, 가장매매 등의 수법으로 이재현 회장의 자금 세탁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CJ그룹 미국법인 소유 건물에 1000억원대 미술품이 보관된 사실도 확인해 보관경위 및 소유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계좌추적 등을 통해 갤러리 서미 외에 홍 대표의 아들이 운영하는 갤러리도 개입했는지 여부, 위작 거래를 통한 자금 세탁 가능성 등도 함께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미술품 거래 외에도 배임·횡령 등을 통해 조성된 비자금 및 그 운용 과정에서 이뤄진 탈세 규모를 가다듬어 이재현 회장도 조만간 불러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이 회장에 대한 소환 시기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