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임직원 대폭 감축...계열사 CEO교체도 내달 마무리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우리금융지주의 임직원들은 분주하게 이삿짐을 싸면서 이번 주를 시작했다. 이순우 회장이 취임하면서 이전 5개 본부를 모두 폐지하고 17개 부서를 9개 부서로 대폭 축소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의 사무 공간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하지만 현재 약 170명의 인원을 절반 수준인 90명 내외로 감축하는 인사가 기다리고 있어 직원들은 언제 다시 짐을 꾸려야할지 모르는 처지다.
우리금융에 따르면 이순우 회장의 취임과 함께 인사태풍이 한차례 몰아쳤지만 긴장감은 여전하다. 우리금융은 인원을 절반가량으로 줄이는 직원 인사를 이르면 다음 주 중 단행할 예정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직원들에 대한 인사는 은행, 증권 등 계열사 인사에 맞춰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감축되는 인력에 대해서는 계열사와 영업 현장에 재배치된다는 원칙만 세워졌다. 누가 남고 누가 떠나게 될지 모르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바짝 긴장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회장의 취임 후 첫 인사는 칼날같이 준엄했다. 재신임을 묻는 차원에서 일괄 사표를 받았던 우리금융지주 임원 18명 전원 사표를 수리했다. 직원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인사청탁은 꿈도 꾸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 회장은 "인사청탁에 대해선 공개망신을 주겠다"고 할 정도다. 실제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은 인사철만 되면 갖가지 청탁이 난무하던 곳이다. 인사 하루 전날 인사 내용이 뒤집히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누구는 정치권에 줄을 대고 있고, 누구는 청와대와 친하다"는 쑥덕임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지금 우리금융의 분위기는 일절 이런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 회장은 "조직의 결속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인사 청탁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중히 대처하겠다"며 "앞으로 인사 청탁은 철저히 배제하고 인사 청탁자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오는 26일 우리금융의 민영화 방안이 발표될 예정이라는 점도 직원들을 긴장케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 이 회장은 민영화를 앞두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금융지주는 물론 모든 계열사에 강도 높은 긴축 운영을 강조하고 있다. 은행에선 우량기업이라도 전체 대출의 30% 이상은 받지 않기로 했다. 우리금융은 일괄 사의를 밝힌 계열사 CEO 인사도 내달 마무리할 계획이다. 우리금융 안팎에선 절반 이상의 CEO들이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직원들 입장에서도 우리금융 민영화 계획이 계열사 분리 매각으로 가닥이 잡혀 있어 이번 인사가 앞으로 직장 생활에서의 진로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회장이 바뀌고 조직이 민영화 체제로 재편되면서 후속 인사와 긴축 운영 등으로 직원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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