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임영록·화합 이순우·조정 임종룡..금융지주 회장들의 리더십, 결국은 하나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19일 정상 출근 했다. '관치금융'을 이유로 회장 내정자에 대한 출근저지 투쟁을 벌였던 국민은행 노조는 전일 농성을 풀었다. 임 내정자와 노조 지도부와의 한 시간 가량 대화가 노조가 농성을 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임 내정자를 포함해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과 임종룡 NH농협금융 회장 등 최근 금융지주의 회장으로 선임된 세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직원들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세 사람의 행보는 금융지주 회장의 자리가 더 이상 '절대권력'이 아닌, 구성원과의 소통과 교감을 통해야만 오를 수 있는 자리임을 시사한다.
3인3색, 금융지주 회장들의 직원 마음잡기엔 어떤 노하우가 있을까. 임 내정자는 노조와의 갈등 속에서도 에둘러가지 않고 정면 돌파하는 소신을 보여줬다. 행원으로 시작해 행장을 거쳐 지주 회장에 오른 이순우 회장은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직원들의 마음을 얻었다. 임종룡 회장은 탁월한 조정 능력으로 노조원들마저 그의 취임을 반겼다.
임영록 KB금융 회장 내정자는 '원칙주의자'의 면모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그간 많은 CEO들이 노조와 이면 협상을 통해 갈등을 봉합하려 했던 것과 달리 임 내정자는 직접 명동 본사를 찾아가 노조위원장과 독대했다. 노조 집행부와 만난 자리에서 그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원칙을 밝혔고 이는 노조 농성을 풀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줬다. 일견 간단하게 마무리할 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임 내정자가 시간을 끌었던 것도 그만의 원칙 때문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임 내정자는 비공식적인 위치에서 나서는 것을 싫어한다"며 "임시이사회 등을 통해 정식 회장 내정자로 결정될 때까지 기다린 것"이라고 말했다.
'덕장형 리더'인 이순우 우리금융회장은 이번 취임 과정에서도 특유의 리더십을 뽐냈다. 소탈한 성품이 배어있는 거리낌 없는 입담은 부하직원과 주변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결제 받는 임원들을 쩔쩔매게 만들 정도의 카리스마도 내뿜는다. 그의 회장 취임에 노조가 아무런 이견이 없었던 것엔 이처럼 친근함과 서릿발 같은 위엄이 공존하는 그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한몫을 했다. 이 회장은 지난주 지주 조직을 절반으로 축소하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도 "우리금융엔 능력 있고 좋은 직원들이 많아 효율적으로 제대로 된 영업조직을 갖춘다면 시장에서 평가를 해줄 것"이라고 직원들에 대한 신뢰를 보이기도 했다.
NH농협금융 내부에서는 임종룡 신임 회장의 조정 능력에 거는 기대가 크다. 경제관료 출신으로 장관급인 국무총리실 실장을 역임한 탓에 관치 논란이 일 법도 하지만 농협금융의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이를 상쇄하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농협중앙회의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배구조 때문에 그의 조정자로서의 능력이 현재 농협금융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출근 후 첫 행보를 노조와의 면담으로 잡으면서 탁월한 조정자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중요한 의사 결정은 대주주인 중앙회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겠다"며 농협중앙회도 끌어안았다. 그는 "지혜롭게 소통한다면 (이 지배구조를) 농협금융만의 문화로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부당한 외부의 경영 간섭은 단호히 대처해 금융지주 계열사의 자율적인 경영을 보장하고 한편으로는 계열사들을 조율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철현 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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