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CN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김은석 전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55)가 법정에서 “검찰이 사실관계를 왜곡해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며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위현석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김 전 대사는 모두진술을 통해 “검찰이 제출한 증거자료는 왜곡·허위주장 모음집”이라며 “(검찰이 밝힌) 어떤 혐의도 인정할 수 없고 어떤 공모를 하거나 금전적 이득을 취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전 대사는 “검찰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 대해서 아무 트집을 잡지 못하자 비난여론을 무마하려 나를 희생양으로 몰고갔다”면서 “같은 공무원으로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전 대사는 “보도자료 배포 등은 상대국 정부를 존중해야 한다는 훈련을 받은 외교관으로서 업무를 정당하게 수행한 것뿐”이라며 “보도자료가 나간 뒤 승진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1차 보도자료가 나간건 2010년 11월이고 승진은 그해 7월에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사는 또 “검찰은 2000페이지의 증거기록을 누락했다. 모든 증거자료를 제출하라”고 촉구하며 “그렇지 않으면 허위공문서작성 등을 이유로 고소하고 손해배상청구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서 검찰은 “CNK는 개발사업을 진행할 능력도, 실제로 집행할 의사도 없었다”면서 매장량을 허위로 조작해 주가상승을 노려 이익을 챙긴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만약 CNK 사건이 진실이라면 카메룬은 왜 아직도 수출을 제대로 하지 않으며 미국, 프랑스 등은 왜 관심을 보이지 않았겠느냐”고 매장량의 허구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김 전 대사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CNK는 경제적 가치가 미미한 사업 가치를 수백원으로 과대평가해 이를 토대로 보도자료 등을 배포해 이후 주가폭등으로 9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대사는 이 과정에서 ▲CNK 측과 공모해 외교부 명의로 허위 보도자료를 2차례 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자본시장법위반 및 허위공문서작성·행사) ▲보도자료 배포에 반대하는 외교부 국제경제국장에게 결재를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CNK 매장량은 카메룬 정부 발표에 따른 것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내부 이견이 없었다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허위 증언한 혐의(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를 받고 있다.
CNK 주가조작 사건은 2010년 외교통상부가 ‘CNK마이닝사’가 카메룬에서 추정 매장량이 최소 4억2000만 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뒤 CNK 주가가 폭등했고 이 과정에서 정부 고위관계자와 정권 실세 등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다.
양성희 기자 sung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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