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만의 부동산돋보기]행복주택은 행복을 가져다 줄까?

[김인만 굿멤버스 대표]'NIKE'는 스포츠 최고 브랜드로 유명하다. 이 브랜드 운동화는 30여년 전 한국에 들어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 됐다. 시장에서 사던 이름 없는 운동화에서 지정된 점포에서 사는 이름 있는 운동화 시대가 열린 것이다.

2000년이 되면서 아파트도 브랜드 시대가 열렸다. 삼성물산의 래미안을 시작으로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GS건설의 자이,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 포스코건설의 더샵 등 브랜드 아파트가 쏟아지면서 브랜드는 아파트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돼버렸다.

이런 브랜드 네이밍의 바람은 범위가 더 넓어졌다. 도심재개발 사업을 뉴타운이란 이름으로, 한강변 사업을 한강르네상스 사업으로, 공공주택은 보금자리에 이어 행복주택이라는 새 이름의 사업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브랜드를 만들어 성과로 가져가면서 연속성이 사라지고 그냥 임기기간 동안의 단편적인 사업이 돼버린다는 것이다.

서울시장이 바뀌면서 뉴타운, 한강르네상스 사업은 중단 또는 축소가 됐다. 공공주택 사업도 MB정권에는 서울 가까운 그린벨트를 풀어서 사전예약도 하고 임대만이 아닌 자가보유와 임대주택 병행을 하는 보금자리 주택이 선보였다. 현 정권에서는 보금자리가 아닌 도심철도부지나 유수지 등에 공공임대를 5년간 총20만가구를 공급하는 행복주택 사업을 하겠다고 한다.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서울 가까운 곳은 시세보다 저렴한 공공주택(분양·임대)을 공급하는 콘셉트는 좋았다. 하지만 임기 내 모두 해버리겠다는 욕심 때문인지 2018년까지 150만가구 건설을 목표로 시범지구(세곡1, 우면, 하남미사, 고양원흥), 2차지구(세곡2, 내곡, 구리갈매, 남양주진건, 부천옥길)를 비롯해 위례신도시, 3차지구, 4차지구, 5차지구, 그 외 소규모 지구까지 너무나 많이 발표했다. 이 중 13개 지구가 지구계획이 승인됐지만 모두 마무리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보금자리지구는 주변시세보다 저렴한 공공주택이 공급되기 때문에 발표만으로도 인근지역 부동산 가치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생겼다. 주민들의 반발이 집단이기주의라는 비판도 있지만 요즘 같은 시절에 자기가 손해 보는데 가만있을 주민들이 어디 있겠는가?

보금자리사업은 2~3년 정도 충분한 준비시간을 가지고 사업계획, 공청회, 시뮬레이션을 해서 중장기적인 철저한 계획을 세웠어야 했다. 강남권 위주로 강남세곡1, 우면, 위례신도시 정도만 시범지구로 지정해서 시범사업을 해보고 난 후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해 2단계 계획안을 만들어 차기 정부로 넘겼어야 했다. 현 정권에서는 보금자리 2단계 계획안을 가지고 추가 보완해 보금자리지구 2차 지구를 발표하고 사업진행을 하는 것이 옳았다.

보금자리를 버리고 행복주택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거나 잘못된 부분은 보완해 도심철도부지를 활용하는 것까지 포함한 2차 지구를 진행하면 되는 것이다.

보금자리, 행복주택 이런 이름들이 나올 때마다 국민들은 또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정권 교체 때마다 이전 사업은 버리고 졸속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 버리면 사업의 연속성도 떨어진다. 국민들도 다음 정권되면 중단되고 또 다른 정책이 나오겠지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책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행복주택 시작단계부터 벌써 해당지역 주민들 반발에 부딪혀 고전하고 있다는 뉴스가 들리고 있다. 임기 내 마무리해야 한다는 조급증을 버리고 해당지역 주민들도 이익을 볼 수 있는 현실적인 계획안을 만들어 주민들을 설득하고 차기 정부까지 사업연장을 고려한 충분한 사업준비를 해야 한다. 제발 차기 정권에서도 연속해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는, 국민들이 지지하고 신뢰를 해주는 정책을 준비하고 진행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