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 '커쇼, 3억 달러의 사나이 될까'에 이어 계속
지난 3월 29일(이하 한국시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는 저스틴 벌랜더와 8년간 1억8천만 달러의 연장계약을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실제로 5년이다. 올해와 2014년 연봉이 2000만 달러로 동일한 까닭이다. 앞서 그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8천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바 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받는 총 연봉은 1억4천만 달러. 연평균으로는 2800만 달러다. 벌랜더는 최근 3년 동안 수비 도움이 배제된 평균자책점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을 기반으로 계산한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WAR, 연평균 WAR 6.7)에서 20.1을 창출했다. 그가 3384만 달러의 연봉을 받을 수 있단 의미다.
이보다 낮은 금액에 사인한 건 나름 홈 디스카운트를 했다고 할 수 있다. 벌랜더의 디트로이트에 대한 애정과 살아생전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겠단 마이크 일리치 구단주의 열정적 투자의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계약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구단입장에선 벌랜더가 ‘먹튀’로 전락해도 어느 정도 눈감아줄 수 있다. WAR을 기준으로 이미 2005년부터 1억7800만 달러의 가치를 팀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WAR보다 더 높은 가치를 내세워 연장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있다. 콜 해멀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7월 25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1억4400만 달러를 받는 데 합의했다. 해멀스는 최근 3년 동안 12.4의 WAR(연평균 WAR 4.13)을 남겼다. 지난해 WAR(450만 달러)을 기준으로 연봉을 책정하면 적정금액은 1800만 달러. 하지만 이번에 체결한 연평균 연봉은 2400만 달러다. 필라델피아 구단이 줄다리기에서 완패했다고 할 수 있다. 해멀스는 2011년 오프시즌부터 자신의 고향(샌디에이고)과 가까운 팀으로 이적할 수도 있단 얘기를 했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빅 리그 최고 부자구단으로 거듭나면서 해멀스의 발언은 필라델피아에게 오싹함을 안겨줬다. 결국 필라델피아는 연장계약협상의 주도권을 해멀스에게 완전히 내주고 말았다.
필라델피아가 오버페이를 하면서까지 연장계약을 체결한 원인은 크게 네 가지다. ▲해멀스만한 투수가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지극히 낮단 점 ▲연장계약 당시 나이가 29세밖에 되지 않은데다 수년간 필라델피아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쳐 검증이 필요하지 않단 점 ▲왼손 에이스 클리프 리와 미묘한 갈등을 빚어 언제라도 트레이드가 일어날 수 있단 점 ▲필라델피아가 초고액 ‘먹튀’(라이언 하워드, 체이스 어틀리)를 만들어내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구단이란 점 등이다. 해멀스는 올 시즌 2승 9패 평균자책점 4.45로 부진하다. 창출한 WAR은 불과 1.1. 필라델피아의 연장계약 흑역사의 전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커쇼,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커쇼는 최근 3년 동안 16.5의 WAR을 기록했다. 올 시즌은 2.8이다. 평균자책점을 기반으로 계산하는 베이스볼레퍼런스닷컴은 그의 WAR을 3.5로 집계한다. 2011년 남긴 커리어하이 6.6을 갈아치울 태세다. 올 겨울 다저스가 커쇼의 연장계약을 논의한다면 연봉산정의 기준은 최소 6WAR이 될 것이다. 이 경우 커쇼의 연봉은 연평균 3030만 달러가 된다. 7년 계약일 경우 총액은 2억 달러가 넘어가고, 10년 계약일 경우 3억 달러 이상이다.
사실 다저스는 지난해 일찌감치 커쇼와 연장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프랭크 맥코트 구단주 시절엔 돈이 없어 꿈도 꾸지 못했지만 마크 월터가 구단주를 맡은 이후 모든 환경이 달라졌다. 로스앤젤레스 지역 매체들과 다수 미국 야구관계자들은 커쇼의 연장계약기간을 7~10년으로 내다본다. 투수에게 5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주는 건 매우 위험한 비즈니스(High Risk Business)지만 커쇼라면 예외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다저스에 대한 충성심과 다저스가 빅리그 최고 부자구단이란 점을 감안할 때 커쇼가 다른 구단 유니폼을 입을 확률은 매우 낮다. 하지만 리그 최고의 왼손투수가 시장에 나올 경우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더구나 커쇼의 주가가 연일 폭등하는 걸 알면서도 네드 콜레티 단장은 여전히 여유가 넘쳐 보인다.
커쇼는 입단 이후 WAR을 기준으로 1억1천만 달러의 가치를 창출했다. 투수 최초로 총액 3억 달러를 거머쥘 만하다. 장기계약은 커쇼 특유의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계속된다면 충분히 성공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여기에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발견된다. 콜레티 단장을 비롯한 다저스 수뇌부의 뜻 모를 ‘여유만만’이 커쇼를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액 투수로 만들어가고 있단 점이다.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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