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새고 물 안나와…재난위험시설 E급, 장마철 붕괴마저 우려
뉴타운에 발묶여있다 뒤늦게 TF팀 구성…이주 거부 주민에 골치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여긴 사람이 살 곳이 못 된다. 거의 노숙이나 다름없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로 꼽히는 서대문구 냉천동 금화시범아파트 주민의 힘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말 찾아간 이 아파트의 내·외부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아파트 외관은 옥색으로 칠한 페인트가 거의 다 벗겨지고 벽돌이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어디에도 이곳이 금화시범아파트임을 알리는 표시 하나 찾아볼 수 없다. 입구에는 사람 키보다 높게 재활용 쓰레기들이 쌓여 있다. 한때 최고급 세단을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 거주할 정도로 '비싼 아파트'였다는 과거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아파트 내부는 더 열악하다. 계단 곳곳에는 건물에서 떨어져 나온 자재들이 치워지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빈집은 출입구에 나무판자에 못질을 해둔 상태였다. 3층 복도에는 노숙자가 다녀간 흔적인지 시커멓게 찌든 두터운 솜이불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간 복도 천정으로는 하늘이 보이기까지 했다.
현재 금화시범은 시설 노후가 심각해 물도 나오지 않는다. 여름철은 장마와 폭우 때문에 붕괴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3동에 사는 한 주민은 "물은 옆집에서 받아다 쓰고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은 호스로 끌어다 쓰고 있다"며 "도시가스도 없고 유일하게 공급받는 건 전기 뿐"이라고 전했다. 이어 "비가 새는 건 다반사"라며 "올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한쪽 라인이 무너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화시범은 1971년 6월17일 건립돼 올해로 43살이 됐다. 박정희 정권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 시절 지은 이 아파트는 4개동 중 3·4동 두 개 동만 남아 있다. 총 70가구 중 현재 11가구가 살고 있다. 지난 2007년 10월 행정부시장 방침으로 금화시범아파트가 북아현3재정비지구에 편입됐지만 일부 주민의 이주 거부로 철거에 난항을 겪어왔다. 지난 14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하반기부터는 철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처럼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주민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어서다. 2007년 7월 이미 재난위험시설 E급으로 판정돼 건축물의 안전성에 위험이 있는 상태다. E급 판정을 받은 건축물은 심각한 노후화나 단면 손실로 시설물 사용을 금지시켜야 한다. 그럼에도도 7년째 주민들이 이곳에 살고 있다.
또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금화시범이 오랫동안 지금과 같은 상태로 방치되면서 우범지대가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화시범과 인접한 돈의문 센트레빌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우범지대라서 초등학생인 딸에게도 금화아파트 주변엔 놀러가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심각하게 낡은 아파트에 버젓이 주민들이 살고 있는 것은 뉴타운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북아현 뉴타운에 편입됐으나 사업 추진이 더뎌 이 사업과 함께 출거작업까지 함께 지연돼 온 것이다. 이 아파트를 관할하는 서대문구는 지난 14일 박원순 시장에게 조속한 철거를 위해 북아현사업구역에서 제외해달라고 건의했다. 재개발이 추진될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금화시범만 따로 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일부 주민이 보상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이주를 거부하고 있어 철거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서대문구는 2010년 4월부터 이주독려정책을 펼쳐왔다. 4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시가 주는 보상비용으로는 전셋집 구하기도 벅차서 이주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재원 마련도 관건이다. 금화시범의 경우 토지는 서울시 소유이고 건물은 개인소유로 주거이전비용과 건물보상비만 95억원, 공원조성에 10억원 등 100억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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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관계자는 "구에서는 금화시범을 재개발 조합에서 제외해달라고 하는데 이미 분양을 신청한 집주인들도 있고 형편이 안좋은 세입자도 있어 문제가 아주 복잡하다"며 "시·구가 TF팀을 만들어 집중 논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시장이 발표한 만큼 협의점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화시범이 속한 북아현재개발조합은 2008년 설립됐고 2011년 사업승인인가를 받았다. 조합 내부에서 재개발을 추진하자는 의견이 더 많지만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재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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