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의원 출입 막는 국회 경위에 대항한 행위는 '공무집행 방해' 아냐"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2008년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막기 위해 회의장 탁자를 부순 혐의로 기소된 진성준 민주당 의원에게 벌금 400만원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16일 한미FTA 비준동의안 상정 등 심의를 막기 위해 국회 외교통상 상임위원회 회의장 출입문 안쪽에 쌓여있던 탁자를 전동그라인더로 부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진 의원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또 봉쇄된 출입구를 뚫기 위해 망치로 문을 부순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진 정모씨(42)에게 벌금 400만원을, 문 안쪽의 집기 등을 망가뜨린 혐의를 받은 조모(32)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공용물건 손상죄 및 국회회의장 소동죄에 해당한다는 점은 너무나 명백하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이어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진지한 토론과 양보를 통해 바람직한 결론을 도출하는 합법적 절차를 외면한 채, 곧바로 폭력적 행동으로 나아간 피고인들의 행위는 그 방법이나 수단에 있어서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회의장 출입문을 막고 있는 국회 경위들을 밀어내는 과정에서 그들의 옷을 잡아당기는 등의 혐의(공무집행 방해)로 기소된 민주당 당직사 손모씨(28)와 박모씨(42)에 대해서는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국회 경위가 상임위원회 위원의 회의장 출입을 막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며 “민주당 당직자들이 외통위 위원들을 회의장으로 들여보내기 위해 경위들의 옷을 잡아당기는 등의 행위를 했다고 해도 이는 적법하지 않은 직무행위를 하는 경위들에 대한 대항이었으므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미FTA 비준을 두고 여야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2008년 12월 박진 당시 외통위원장이 비준동의안을 상정하겠다고 예고하면서 회의실을 점거하려는 여당과 이를 막으려는 야당 측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때 전동 그라인더로 출입문 안쪽에 쌓여있던 탁자를 부순 진성준 당시 민주당 정책연구위원 등이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진 의원은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오자 상고했다.
한편 진 의원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문학진 의원과 통합진보당 이정희 의원은 1·2심에서 각각 벌금 200만원과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박나영 기자 boh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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