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월드컵 본선행은 물론 자존심까지 걸렸다. '경우의 수'를 따질 마음도 없다. 무조건 총력을 다 해야 한다. 최적의 전술을 택하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A대표팀이 18일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을 상대로 2014 브라질월드컵 A조 최종예선 8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현재 4승2무1패(승점 14)로 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란전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 진출 티켓을 자력으로 확보한다.
짐짓 여유를 부려도 될 만한 상황. 최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11일 우즈벡과의 홈경기(1-0 승)가 끝난 뒤 "본선 진출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이란전은 총력전을 펼칠 것"이라고 선언했다.
테마는 '설욕'이다. 지난해 10월 이란 원정길. 한국은 선수단 비자 발급 지연부터 잡초 가득한 훈련장 등 지독한 텃세에 시달렸다. 심지어 경기 도중 이란 관중으로부터 레이저 공격도 받았다. 0-1 패배. 이후 최종예선 일정은 '가시밭길'이 됐다. 최 감독은 받은 만큼 돌려주겠단 각오다.
이란은 한국이 역대 전적에서 밀리는 몇 안 되는 팀 가운데 하나다. 9승7무10패로 근소한 열세다. 특히 테헤란 원정에선 2무3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2005년 서울에서 열린 평가전(2-0 승) 이후 8년 동안 홈에서 거둔 승리도 없다. 이번 최종예선에서 유일하게 패배를 안긴 팀 역시 이란이다.
두 팀 모두에게 월드컵 본선 진출이 걸린 경기. 당한 만큼 갚아주기엔 충분한 한 판이다. 최 감독은 "이란은 늘 중요한 길목에서 만났던 상대고, 지난 원정에서 진 빚도 있다"라며 "앞으로 아시아 축구의 판도를 생각해도 이란전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란전은 우즈벡전과 다르게 준비할 것"이라며 다른 전술을 구사할 임을 암시했다. 대표팀은 지난 우즈벡전에서 투톱 카드를 꺼내들었다. 반드시 이겨야 했던 경기. 미드필드 숫자를 한 명 줄이면서 공격에 무게추를 실었다.
이란전은 다르다. 일단 상대 중원이 두텁다. 이란은 4-2-3-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탄탄한 공수밸런스를 자랑한다. 특히 자바드 네쿠남-안드라니크 테이무리안-마수드 쇼자에이 등 중앙과 측면 미드필더의 실력이 빼어나다. 한국은 다시 중원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선택은 원톱이다.
이 경우 당연히 선발 명단에는 변화가 생긴다. 일단 최전방에는 이동국 혹은 김신욱이 설 것으로 보인다. 대신 손흥민은 측면으로 다시 이동할 전망이다. 소속팀에서도 원톱일 때보다는 투톱 혹은 측면에 나설 때 더 날카로웠다. 기존에 왼쪽 미드필더였던 이근호-지동원 등과 주전 경쟁이 예상된다. 공격수 숫자를 하나 줄인 만큼, 중원에는 더블 볼란테를 형성해 수비 앞에 방파제를 쌓는다.
문제는 미드필드진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단 점. 당장 박종우가 경고 누적으로 나설 수 없다. '베테랑' 김남일마저 허벅지 부상으로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기성용과 구자철은 이번 대표팀에선 아예 제외됐다. 판을 완전히 새롭게 짜야 한다.
우즈벡전에서 맹활약한 '신예' 이명주는 다시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의 짝이 고민이다. 김보경-이승기 등은 수비보다 공격에 방점이 찍히는 자원. 한국영은 레바논전에서 다소 부진했고 경험도 부족하다. 중앙 수비수 장현수는 수비형 미드필더 소화가 가능하나 딱 맞는 옷이 아니다.
중원 구성이 난항을 겪는 만큼, 예상 외로 또 한 번 투톱을 구사할 가능성도 있다. 오히려 창끝을 더 날카롭게 만들어 난관을 헤쳐 나가는 방법이다. 실제로 지난 우즈벡전에서 김신욱-손흥민 선발 투톱의 활약은 나쁘지 않았다. 후반 가세한 이동국도 상대를 효과적으로 몰아붙였다.
김신욱이 우즈벡전처럼 2선까지 내려와 압박과 수비에 적극 가담하는 형태도 가능하다. 다만 전체적인 허리 싸움에서 밀려버릴 경우 경기 흐름 자체가 망가질 위험부담이 존재한다. 이란전을 앞두고 최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는 배경이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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