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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복기금 2탄, 다음 선거때 또 나올텐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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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안갚고 버티는 대한민국 채무자들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최근 이래저래 빚을 감면해주는 정책이 나오다 보니, 빚을 제 때 안 갚는 고객들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당연히 영업점에서 고객과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도 눈에 띄게 많아졌죠. 고객들이 '금융기관이 서민을 등쳐먹느냐'며 따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대출을 받은 고객들이 빚을 안 갚겠다고 하니 고민이 많습니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의 한숨이다.

이 직원은 "여러 번 고객을 독촉해도 빚을 갚지 않으면 결국 대부업체로 채권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며 "대부업체의 금리를 물게 될 수 있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언젠가는 정부가 빚을 갚아줄거란 의식이 많아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서민금융이 급부상하면서 고객들 사이에서 '빚 갚는 사람이 바보'라는 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서민금융', '따뜻한 금융'이라는 트렌드가 자리잡으면서 빚을 탕감해주거나 대출금리를 낮춰주는 정책들이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어서다.

과연 빌린 만큼 갚지 않아도 되는 금융시장이 오래 갈 수 있을까. 오히려 정직하게 빚을 갚는 대출 고객들에게 혜택을 주는 형식이 낫지 않을까.


◆가계대출 1000조 육박해도 '빚 갚는 사람 바보(?)' = 국내 가계대출은 날로 증가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말 가계신용 잔액은 959조4000억원(가계대출 900조6000억원, 판매신용 58조8000억원)으로 1000조원에 육박한다.


올해 들어 주춤하던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상호금융 등 예금취급기관만의 가계대출도 다시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중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은 656조5000억원으로,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연체율 역시 동반 상승중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일 이상 원금연체 기준)은 1.25%로 전월 말(1.15%) 대비 0.10%포인트, 전년동월(1.21%) 대비 0.04%포인트 올랐다.


이렇게 대출규모와 연체율이 늘고 있는데도 은행이 손을 못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서민을 위하는 금융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지난 10여년간 무분별한 대출과 과도한 수수료로 이익을 챙긴 만큼, 이제는 금융권도 과도한 빚에 허덕이는 서민을 구제할 책임을 지니고 있다는 것.


새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중 하나인 '국민행복기금' 도 이같은 철학에 기초한다. 국민행복기금은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1억원 이하 신용대출을 6개월 이상 연체한 채무자'에 대해 오는 10월 말까지 1회 한시적으로 채무조정을 해 준다.


문제는 국민행복기금이 모럴 해저드를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 정부는 한시적인 제도라고 못박았지만, 채무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또 다른 구제책이 더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 6월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표를 겨냥한 '제2의 국민행복기금'이 나올 것이란 예상도 적지 않다.


국민행복기금을 악용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 빚을 탕감받기 위해 고의로 연체하거나 재산 은닉, 빚을 탕감받은 후에도 갚지 못해 오히려 빚만 더 늘어나는 경우 등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어려운 형편에도 빚을 꼬박꼬박 갚아온 저소득 채무불이행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수십만명이 국민행복기금을 신청하는 가운데 도덕적 해이를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며 "일시적인 빚 탕감 정책이 오히려 신청이 늘고 연체가 늘어 금융권 부실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실하게 빚 갚는 이에게 혜택줘야 =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는 가운데에도 빚 탕감, 대출금리 인하 등의 대책이 지속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 쪽에서는 꾸준히 빚을 권하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2금융권이다. 카드, 캐피털사 등의 2금융권은 최근 실적 악화가 지속되자 고객들을 대상으로 끊임없이 대출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은 신용등급이 좋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은행보다 간편하게 대출이 가능하다'며 유혹한다. 신용등급이 좋은 고객이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받았지만, 신용등급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2금융권 대출금리는 갑자기 늘어날 수 있다. '잠깐 쓰고 금방 갚겠다'는 생각에 빌린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단기적으로 빚을 갚는 데에 주력하는 서민대책보다는 빚을 안 지도록 하는 서민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시적으로 돈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은 어느 정도 틀이 잡힌 만큼, 목돈을 모으고 빚을 지지 않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 대출을 잘 갚는 고객에게 소득공제 혜택을 추가하거나 고금리를 보장하는 상품이 그 예다.


금융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빚을 내 소비하는 풍토보다는 절약하고 빚을 안 지고자 하는 의식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예전에는 빚 내서 부동산, 주식 등에 투자하는 것이 올바른 재테크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주어진 한도 내에서 계획적으로 소비하는 형식의 재테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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