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질주 깨진 프리미엄 수입소형차 시장
폭스바겐 폴로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프리미엄 소형차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왔던 미니가 폭스바겐이 지난 4월 출시한 소형차 폴로의 추격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출시 초반 인기몰이에 성공한 폴로의 가격경쟁력이 미니를 압도하는데다 연비효율성과 실용성 역시 경쟁모델에 비해 우수하기 때문이다. 미니에게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1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 폴로는 출시 약 한달만에 베스트 셀링 모델 '톱10'에 진입, 6번째로 많이 팔린 자동차로 이름을 올렸다. 폴로의 지난 5월 판매대수는 368대를 기록해 미니는 물론 렉서스 300h, 아우디 A6 3.0 TDI 등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수입 소형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브랜드였던 미니가 지난 2011년 단 한번 '톱10'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출시 초기 인기몰이에 성공한 셈이다.
미니의 판매성적은 같은 기간 부진했다. 미니의 지난 5월 판매대수는 461대로 4월에 비해 소폭 늘었지만 전년 동기 대비 11% 이상 감소했다. 지난해 자동차 내수시장 위축에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달성했던 미니에게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경쟁상대로 꼽혔던 피아트는 지난달 16대 판매되는데 그쳤다.
폴로의 인기몰이는 미니, 피아트에 비해 실용성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폴로의 가격은 2490만원이다. 1600cc 디젤 엔진을 장착해 연비는 18.3km/ℓ에 달한다. 작지만 실용성 높은 차를 원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코비코드에 부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미니와 피아트의 엔트리 모델의 가격은 각각 3040만원(미니 쿠퍼SE), 2690만원(피아트 500)이다. 폴로의 가격은 경차급에 속하는 피아트 500에 비교해도 200만원 저렴하다.
폴로와 가격차이가 적은 피아트 500은 1400cc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연비가 12.4km/ℓ에 불과하고, 3도어 해치백 모델인 탓에 실용성은 떨어진다. 미니의 엔트리급 모델의 경우도 가속성능은 뛰어나지만 연비와 실용성은 폴로에 미치지 못한다.
독일계 수입차 한 딜러는 "미니와 폴로는 프리미엄차와 대중차라는 브랜드 차이가 있다"면서도 "브랜드 차이에도 불구하고 폴로의 가격경쟁력은 경쟁모델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설명했다.
두 수입차 브랜드의 자존심을 건 승부는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니가 폴로의 인기를 견제하기 위해 2000만원대 중반 가격의 한정판 모델을 출시, 전면전에 들어간 가운데 폭스바겐은 폴로에 이어 내달 7세대 골프까지 출시해 수입 소형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미니는 엔트리급 모델 미니 쿠퍼SE의 가격을 약 400만원 이상 낮춘 '미니 쿠퍼 오리지널'을 2000대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이 차의 가격은 2590만원으로 폴로와 가격차이는 100만원에 불과하다. 미니의 이같은 가격파괴는 폴로에 시장을 뺏기지 않겠다는 전략적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폭스바겐의 자신감도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수입차 시장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준중형차급 이상의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면, 앞으로는 수입차 시장을 소형차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다. 수입차 대중화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수입자동차협회 관계자는 "폴로의 인기는 수입차 저변을 소형차로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브랜드간 경쟁으로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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