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용 감독 신작..공효진, 박희순 주연의 단편영화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혹은 무엇이 아름다운가. 이 같은 질문에 김태용 감독은 '연기하는 사람이 아름답다'라는 결론을 내린다. "연기를 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공감을 한다는 것이고, 공감을 잘 하는 사람이 연기를 잘한다"는 김 감독의 설명을 듣고보면 곧 연기를 잘 하는 사람, 즉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름답다'라는 결론이 난다.
김태용 감독의 신작 '그녀의 연기'는 26분짜리 단편영화다. 차이밍량, 구창웨이, 허안화 등 아시아 대표 감독 4명이 참여한 '뷰티풀 2012' 프로젝트로 만든 작품이다. 제36회 홍콩국제영화제,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에서 선보였으며, 공효진과 박희순이 주연을 맡았다. 국내에서 개봉이 될 지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가 이달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그녀의 연기'의 첫 장면은 제주 공항에서 시작한다. 제주 남자 '철수'가 서울 여자 '영희'를 마중나온다. 철수가 자신의 결혼을 바라는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을 풀어주기 위해 서울에서 가짜 여배우를 고용한 것이다. 병원에 있는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 활발하고 거침없는 성격의 영희는 철수에게 자신들의 연애 스토리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하지만 철수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한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뒤로 하고 병원에 도착한 순간, 그때부터 엉뚱하고도 예상치못한 소동이 펼쳐진다. 그들이 도착하자마자 아버지는 의식을 잃고, 철수는 영희를 서울로 돌려보내려한다. 그러나 영희는 누워있는 철수의 아버지를 위해 우아하고도 사랑스러운 그녀만의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영희가 병실에서 춘향가의 한 대목인 '갈까부다'를 열창하는 장면이 이 짧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죽음을 앞둔 노인들이 무기력하게 일렬로 누워있는 병실에서, '갈까부다. 갈까부네. 님을 따라서 갈까부다. 천리라도 따라가고 만리라도 따라 나는 가지'라는 구슬픈 판소리가 흘러나오는 장면은 처음에는 웃기다가 나중에는 코끝이 찡해진다. 이 때야말로 마냥 가볍게만 보이던 '영희'가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이다.
'고향 제주도를 아름답고 평화롭게 지켜달라'는 아버지의 소리없는 부탁처럼 영화에서 그려내는 제주의 겨울 풍경도 익숙한 듯 아름답다. 배우들의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도 인상적인데, 공효진의 판소리 장면은 뜻밖에 받은 선물같다. 영어 제목은 'You are more than beautiful'이다. 13일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에서 개봉.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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