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 등 교체비 만만치 않아
장기 중단으로 신뢰도 타격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 섬유업체 A사는 7일 오전 긴급 임원 회의를 소집, 개성공단 내 장비 점검 및 설비 기계 교체 예상 비용 등을 논의했다. 전날 북한이 당북간 회담을 제의하면서 향후 개성공단 정상화의 물꼬가 열렸기 때문이다. A사 대표는 "가동중단 사태가 60일을 넘어 기계 부식이 우려되고 있다"며 "개성길이 열리면 각 팀별로 파견, 즉시 설비를 점검해 재가동 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기업인 기계업체 B사 대표도 같은 시간 마케팅 부서를 소집, 바이어들에게 진전된 남북관계를 알리고 일일이 협조를 구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북한이 2009년 3월 '키 리졸브' 한미 연합연습에 반발해 통행을 3차례 차단한 당시 4~5개월간 일감이 줄어 생산라인을 100% 가동하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두 달 이상 가동이 중단된 상황인 만큼 그 때보다 100% 가동시기가 더 길어질 것으로 우려돼 바이어를 철저하게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대화제의와 우리 정부의 화답으로 개성공단 가동 재개가 가시화되면서 입주기업들이 재가동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개성공단의 경우 통행이 재개되더라도 기계 설비 등의 작업을 해야 하므로 곧바로 정상 가동을 하긴 힘든 상황이다. 섬유업종의 경우 짧게는 1주일, 길게는 2주일 정도 기계 설비 점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고 기계업종의 경우 이 보다 가동시기가 길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한 체 60일째 문을 닫아뒀기 때문에 설비 기계 상당수가 녹이 슬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 통행이 재개되면 곧바로 현지에 기계 설비팀을 투입할 수 있도록 자사 인력은 물론 협력업체 등과도 사전 준비에 들어갔다.
입주기업들은 또 기계 설비를 위해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중심으로 대표단 방북을 추진하기로 했다. 비대위는 이날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해 방북을 희망하는 기업 대표인 등의 수요를 조사하는 등 방북일정 조율에 나섰다. 비대위 관계자는 "장마철이 곧 시작될 예정이라 남북 회담 결과에 앞서 입주기업 방북단을 구성해 기계 설비를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이에 따라 입주기업 대표단의 방북을 먼저 허용해 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외 바이어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현재 입주기업 대다수는 바이어와 신뢰를 지키기 위해 국내외 생산 공장서 대체 생산을 하고 있지만 납품기일을 맞추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바이어 상당수가 이탈한 상태고 일부 기업은 납품기일을 맞추지 못해 손해배상 청구를 받기도 했다. 대부분 기업들의 마케팅이 한계점에 이른 상황인 셈이다.
기계부품 업체 한 대표는 "개성공단 길이 열리고 기계를 점검해 가동 준비를 끝내더라도 주문이 없으면 공장을 가동할 수 없다"며 "떨어진 거래처 신뢰도를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개성공단 정상화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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