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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의 '코리안 드림'이 요즘 수출주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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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있는 산업단지 <6>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

안산의 '코리안 드림'이 요즘 수출주역입니다 반월국가산업단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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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여기저기 즐비한 외국어 간판과 중국, 베트남, 인도 등 다양한 외국인들. 안산역 2번 출구를 나서면 '또 하나의 작은 아시아'가 펼쳐져 있다. 안산시 원곡동 '걷고 싶은 거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다문화 거리(외국인 거리)다. 휴대폰 매장과 은행 앞에는 중국어와 베트남어가 적힌 입간판이 세워져 있고, 웬만해선 보기 힘든 파키스탄이나 네팔 음식점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말이 되면 전국의 외국인들이 몰려 왁자지껄해지는 이곳은 1990년대 반월ㆍ시화국가산업단지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몰리면서 만들어졌다. 안산 다문화 거리는 반월ㆍ시화 외국인 노동자들의 꿈과 애환이 담겨 있는 거리다.

◇수도권 내 100만평 공업단지를 찾아라 = 반월ㆍ안산국가산업단지의 현재를 알기 위해서는 두 공단의 설립 계획이 태동했던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70년대는 한국 중화학공업이 본격적으로 꽃핀 시기였지만 동시에 대규모 공단 위주의 거점개발 방식이 지역 간의 격차를 확대시키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제기되던 때였다.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균형발전을 위해 서울시에 몰린 공장들을 수도권 내로 분산시키기로 했다. 1976년 7월 21일, 박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건설부장관에게 "수도권에서 100만평 규모의 공업단지를 갖춘 신산업도시 두 군데를 골라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건설부는 반월, 발안, 조암, 안중 등 네 개 지역을 후보지로 선정하고 신산업도시 입지조사 보고서를 작성해 다음 달 18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산업 연계로는 안중이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입지 조건에서 결국 승리한 것은 반월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국토계획적 관점에서 아산만개발과 연계될 수 있는 안중이 적합한 줄은 알지만 지금 당장 서울에 있는 공장이 70㎞밖으로 나가라면 과연 나갈 수 있겠는가"라며 "반월을 개발 후보지로 결정하고 어느 정도 개발의 기미가 보일 때 안중개발에 착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반월국가산업단지 개발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반월국가산업단지는 비록 산업기지개발법에 의한 산업단지로 개발됐지만 특별한 목적이 있었다. 개발 목적부터가 '수도권의 과밀한 인구와 산업집중현상을 억제'하겠다는 것이었다. 서울과 경기도 각지에 산재한 중소기업과 공해 업체 공장들을 이전 후 계열화해 육성하는 한편, 100만평 규모의 공업단지를 갖춘 신산업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었다.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의 부작용인 '쏠림현상'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중장기적으로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의도였다. 반월국가산업단지공단을 계기로 이후 국가의 정책은 특정산업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축소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반월국가산업공단은 경기 화성군 반월면과 시흥군 수암면ㆍ군자면에 57.85㎢(1750만평)규모로 설립됐다. 배후 도시인 안산시도 함께 성장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계획도시로 조성된 곳이 바로 안산시다. 안산시의 발전과 역사는 반월국가산업단지의 흥망과 궤를 같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월국가산단의 조성과 함께 안산시 도시계획이 진행되면서 정부는 새로운 산업단지 조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게 된다. 안산지의 성장과 서울 내 부적격공장 이주 등을 위해 정부는 반월국가산업단지 서쪽의 공유수면과 염전을 매립해 총 면적 약 16㎢의 시화국가산업단지를 조성했다. 1990년대 초 가동되기 시작한 시화 단지는 반월국가산업단지와 안산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안산의 '코리안 드림'이 요즘 수출주역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찾아오다 = 1980년대 반월국가산업단지는 노동집약적 산업이 몰려있는 단지 특성과 다른 지역보다 싼 집값 등으로 전국에서 일할 사람이 몰려들면서 성황을 이뤘다. 이 시기는 특히 '저금리ㆍ저달러ㆍ저유가'의 '3저(低)' 현상으로 국제수지 흑자가 빠르게 늘어나던 때였다. 섬유업체들은 외국으로부터 주문이 몰려 수출 목표량을 다시 높여 잡았고, 1980년대 중반에는 가동률이 100%에 육박하기도 했다. 인력수급이 늘면서 한 달새 산업단지 내 근로자가 1300명씩 늘어나는 일도 있었다. 근로자들의 주거지구가 형성됐던 원곡동의 거주 인구만 3만명이 넘었다.


하지만 호황이 계속되고 근로자들이 저임금노동을 기피하게 되면서 80년대 후반부터 인력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사회가 민주화되고 노동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데다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3D' 업종에 대한 기피가 시작된 것이다. 산업 전반적으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가운데 섬유, 기계 등 노동집약적 산업이 몰린 반월ㆍ시화국가산업단지공단은 큰 타격을 입었다. 주문이 곳곳에서 쇄도하는데 사람이 없어 공장을 돌리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공업계 고등학교와 여중ㆍ여고에 공문을 보내 인력을 확보하려 애썼으나 별 성과가 없었다. 귀성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동료 한 사람 데려오기' 운동을 벌였을 정도다.


1991년 제조업 생산직 노동자의 부족인원이 전국적으로 18만명을 넘어서자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92년 '산업연수생제도'를 도입, 외국 인력을 허용한다. 국내 외국인 노동자들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계기가 된 이 제도로 반월ㆍ시화국가산업단지의 숨통도 트이기 시작했다. 국내 노동자들이 빠져나가 침체됐던 원곡동의 근로자 지구 일대 역시 빈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기 시작하면서 활기를 다시 띠었다. 2000년대부터 산업연수생들이 대거 몰리면서 안산은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으로 자리잡았다.


이제 산업단지 내 업체들은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일을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플라스틱 도금 전문업체인 SKC의 황진순 대리는 "전체 직원의 20%, 생산직의 절반 정도가 외국인 노동자"라며 "내국인들은 기피하는 3D 업종이라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으면 공장 가동이 힘들다"고 말했다.


안산역 앞 원곡동 일대의 다문화 거리는 이런 노동자들이 안식처를 찾아 모여들면서 자연적으로 생겨났다. 통신ㆍ환전 서비스가 생겨났고 각국의 전통 음식재료와 요리를 파는 가게들이 늘었다. 중국,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근로자 비율이 제일 높았다. 지난 2009년에는 지식경제부로부터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가정과 내국인이 모여 사는 '다문화마을 특구'로 지정됐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의료서비스의 경우 가장 필수적이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고 인프라 역시 충분치 않다.


◇산단공, 외국인 노동자 위한 '작은 배려' = 한국산업단지공단은 반월ㆍ시화국가산업단지 내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매년 무료진료를 실시하고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산단공과 한도병원,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등이 의료봉사단을 꾸려 내과, 외과뿐만 아니라 치과, 안과, 이비인후과 등의 진료를 제공하며 보건소를 통해 혈액검사를 진행한다.


외국인 근로자와 지역주민간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주기 위한 축제도 개최한다. 산단공은 지난해 6월 '2012 산단가족 아트앤바자(ART&BAZAAR)' 축제를 통해 산업단지와 지역주민, 내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화합하는 장을 마련했다. 산단공이 기증한 3000여점의 물품을 바자회를 통해 판매하는 한편 외국인 근로자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노래자랑, 가수초청 특별공연, 경품행사, 다문화 체험 등을 진행했다. 또 매년 한국문화탐방을 개최, 단지 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도자기 빚기, 고궁체험 등 한국 전통문화 체험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아트앤바자 행사를 도맡고 있는 김정란 한국산업단지공단 사원은 "지역사회에서 소외된 외국인근로자들을 지역주민의 일원으로 포용하고 서로간 소통의 폭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며 "행사에 참여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문화행사를 소규모ㆍ상시적으로 시행해달라는 뜻을 전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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