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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대바위 옆 석탄 캐던 마을, 이젠 '전기 캐는 마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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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있는 산업단지 <5> 북평 국가산업단지

촛대바위 옆 석탄 캐던 마을, 이젠 '전기 캐는 마을'로 상공에서 본 추암(오른쪽 하단)과 북평산업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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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매년 강원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1순위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 '절경'이 있다. 바로 강원도 동해시와 삼척시의 경계 해안에 위치한 추암의 촛대바위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전국의 가볼만한 곳' 2위에 선정될 정도로 일출이 장관인 이 곳은 촛대바위라는 이름보다 '애국가 첫 일출장면'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곳에는 촛대바위만 유명한 게 아니다. 추암을 끼고 내륙 쪽을 들여다보면 저 멀리 펼쳐진 광활한 공장지대가 있다. 바로 강원도 내 유일한 국가산업단지인 북평산업단지다.

◇강원도, 산업화의 기틀을 닦다 = 1960년부터 대한민국의 산업화는 본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다. 1962년 실시된 경제개발5개년계획에 따라 전국에 고속도로와 철도가 놓이고, 공장이 세워지면서 전국은 산업화의 열기로 가득 찼다. 하지만 이 산업화를 후방에서 지원한 것은 강원도 지역의 석회석, 무연탄 등 풍부한 지하자원이었다. 초기 산업화는 강원도를 중심으로 한 시멘트 산업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었다. 5개년 계획 초기만 해도 국내에서 쓰이는 시멘트의 절반을 수입에 의존해야 했을 정도다. 정부와 기업인들의 노력으로 점차 국내 산업기반이 조성되기 시작했고, 그 중심은 강원도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8년 10월 쌍용양회(당시 쌍용시멘트) 동해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백시멘트 시제품에 축하 사인을 하고 "시멘트의 생산량은 철강 생산량과 마찬가지로 그 나라의 산업과 문화의 척도"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시멘트는 철과 비견될 정도로 중요한 산업발전의 축이었다


1970년대부터 산업화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강원 지역 탄광지대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탄광과 광산이 있는 시골마을마다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밭을 갈던 마을 농군들은 작업복을 입고 시멘트ㆍ무연탄 공장으로 들어갔으며 옆 마을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외지에서 온 사람이 1만 명이 넘었다는 말이 나돌았고, 외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술집과 요정들도 호황을 누렸다. 시멘트 공장 노동자는 공무원 월급의 4배를 받기도 했고, 읍장 자리를 사직하고 쌍용양회의 참사로 들어갈 정도였다. 심지어는 개마저도 '1만원 권 지폐가 아니면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말이 유행했다.

촛대바위 옆 석탄 캐던 마을, 이젠 '전기 캐는 마을'로

◇탄광은 사라지고, 시련이 찾아오다 = 영원히 이어질 것 같았던 호황은 80년대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탄광의 석탄이 마른 것이 아니라, 공해와 환경오염이 산업화의 주요 문제로 부각되면서 청정연료의 사용 비중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 호황에 기대 저질 제품을 양산하는 수많은 광산들이 여전히 장사를 하고 있는 것도 문제였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석탄산업을 합리화했으며, 우리도 그들을 따라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설상가상으로 1987년부터는 LNG를 이용한 도시가스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다.


꾸준하게 상승곡선을 그리던 무연탄 수요 그래프가 1986년을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것을 신호로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이 시작됐다. 1989년부터 시작된 합리화 정책에 경제성 없는 불량 무연탄을 생산하던 저질 광산들이 한 해에도 수십 개 씩 문을 닫았다. 작은 탄광들이 쓰러진 뒤에는 큰 탄광들이 흔들렸고 매각당하거나 사업을 접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70~80년대 큰 호황을 누렸던 강원도는 광산들이 사라지면서 점점 경제의 활력을 잃기 시작했다. 은세균 한국산업단지공단 동해지사장은 "월급날마다 사람들로 떠들썩했던 강원도 시내가 썰렁해질 정도였다고 한다"며 "시멘트와 무연탄을 이을 새로운 경제 동력을 찾기 위해 애썼던 때"라고 말했다.


강원도는 다시 도약하기 위해 '지식산업'을 선택했다. 탄광과 광산이 즐비했던 강원도를 동해권의 지식경제 중심지로 재탄생시킨다는 구상이었다. 북평 국가산업단지가 만들어진 것도 바로 그 때였다. 정부는 1995년 이 산업단지를 개설하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물론 유리한 입지조건을 통해 북방교류에 대한 무역 전진기지로 키울 계획을 갖고 있었다. 90년대 말부터는 새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지식기반산업에 집중적인 투자를 실시해 바이오, 의료기기, 신소재 등을 키웠다.


하지만 한번 활력을 잃은 지역이 다시 활력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북평산업단지는 분양한지 10년이 지난 2005년에도 분양이 30%대 초반에 머무를 정도였고, 그러다 보니 전략적인 산업 유치보다는 미분양 산업용지 활성화 차원에 급급해 회사들이 들어서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김인중 강원발전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조그만 산업단지 내에 여러 종류의 산업단지가 혼재, 마치 산업단지 박람회장 같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산업단지, 기업인들이 노력한 결과 점차 북평 산업단지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지난 2010년 하반기부터 개선됐던 지역 내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73%로 껑충 뛰어올랐고, 저조한 분양률도 90%를 넘어서며 '장기미분양 단지'라는 오명을 벗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기업인들 사이에 기대감도 높아져가는 상황이다. 박 당선인은 강원권의 산업 활성화를 위해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하고 춘천~속초간 동서고속화철도를 조기착공한다고 공약한 바 있다. 또 강원도가 내내 관심을 가졌던 첨단의료기기 생산단지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촛대바위 옆 석탄 캐던 마을, 이젠 '전기 캐는 마을'로 2012년 12월 열린 북평화력발전소 착공식 모습.


◇민자 화력발전소 유치해 전력난 해소 = 북평 산업단지의 새로운 도약은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 최초로 대규모 민자 기저화력발전소를 유치하며 동해권의 에너지 중심지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STX전력과 한국동서발전이 공동 추진하는 이 사업은 산업단지 내 2기의 발전소를 건설, 오는 2016년부터 약 150만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이번 발전소 건립은 지난 2010년 12월 정부의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반영된 내용으로, 향후 산업단지와 강원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입주 업체들은 최근의 긍정적인 변화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정부의 과감한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두선 세아메탈 대표는 "특별분양이나 금융기관 포괄경매 등으로 수만 평의 땅을 가진 업체들이 부지를 독점하고 있어 정작 산업단지에 입주하고 싶어하는 중소기업들의 진로가 막혀 있다"며 "분양률은 상승했지만 실제로 입주한 업체 수가 크게 늘지 않은 이유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부가 나서서 부지를 환수하거나 사들여 입주를 희망하는 중소기업들에게 나눠줘야 한다"며 "물류비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고, 전기를 공동으로 쓰고 있는 문제도 하루속히 해결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은 기자 leez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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