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가 그간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냈다. 주인공 김태희의 연기력에 돌을 던지던 사람들도 이제는 제법 잠잠해졌다. 김태희는 극 초반 흔들리던 모습과 다르게 매우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돕고 있다.
29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8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극본 최정미, 연출 부성철)은 10.5%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첫 방송 후 한 자릿수 시청률을 면치 못하며 남몰래 눈물을 삼켜야 했던 '장옥정'은 드디어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장옥정'은 지금까지 그려졌던 악녀 장희빈과 다르게 이순 한 남자를 향한 장옥정의 순애보와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담겠다고 밝히며 야심차게 출발했다. 그러나 '악녀'가 아닌 '여인' 장옥정의 삶에 대해 다채롭게 그려내겠다는 제작진의 포부는 시청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흔히 알려져 있는 장희빈의 이미지와 달리 예쁘기만 한 장옥정의 모습은 매우 낯설 수밖에 없었다. 왕을 손에 쥐고 흔드는 표독스러운 여인의 모습에서 느낄 수 있는 섬뜩함과 긴장감이 없는 것이 문제였다.
극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김태희의 연기력에 화살이 향했고, 주인공 김태희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언론과 대중은 "그나마 유아인이 드라마를 살린다"는 평까지 내놓으며 김태희를 궁지로 몰았다.
그래서일까. '장옥정'은 달라졌다. 마음과 눈에 독기를 가득 품은 옥정은 종잡을 수 없던 이전의 캐릭터가 아니었다. 야망에 사로잡힌 그의 모습은 매서움을 넘어 섬뜩하기까지 했다. 연기력 논란에 대해 칼을 간 김태희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는 자신이 천출이라는 이유로 승은을 입었음에도 쫓겨나고, 민유중(이효정 분)의 딸 인현(홍수현 분)이 중전이 되자 분노가 극에 달했다. 이후 당숙 장현(성동일 분)과 손잡고 대왕대비(이효춘 분)의 힘을 빌려 궁으로 돌아간 옥정은 대반격을 시작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어떠한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 옥정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김태희가 연기하는 악녀 장옥정의 모습은 '천국의 계단' 속 그와는 달랐다. 한결같은 표정으로 노려보고 소리치던 어색한 연기는 없었다.
사극 톤에 맞는 안정된 음성과 발성, 교태와 위태를 넘나드는 다양한 표정 변화는 '정말 김태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발전한 모습이었다. 그의 악녀 연기에 물이 오르면서 시청률도 날개를 달았다.
지난 28일 방송에서 인현은 옥정에게 퇴궁을 요구했다. 모욕감을 참지 못한 옥정은 인현을 향해 격렬한 감정을 토해내며 긴장감을 높였다. 앞으로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김태희의 반란은 지금부터다.
유수경 기자 uu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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