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처음 본 사람도 단번에 압도되는 우락부락한 외모와 강렬한 눈빛, 떡 벌어진 어깨를 지닌 조폭 출신의 뇌종양 환자”. 배우 마동석이 영화 ‘뜨거운 안녕’에서 맡은 무성 역할에 대한 설명이다. 외모에 대한 부분은 그를 고스란히 글자로 옮겨놓은 것 같다.
실제로 마동석의 앞에 서면 웬만한 사람은 다 작아 보인다. 통통한 여자도 말라보이게 할 정도로 덩치가 크다.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 또한 위압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몇 분만 이야기를 나눠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마동석은 의외로 아주 유쾌하고 다정다감한 남자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모처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마동석은 요즘 ‘다작배우’로 불린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뜨거운 안녕’에 앞서 ‘공정사회’ ‘노리개’ ‘이웃사람’ ‘반창꼬’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했다. 주로 극단적으로 거칠고 남성적인 역할을 많이 맡았다.
“오래 촬영하다보면 사람의 성격이 보이는 부분이 있어요. 여러 가지 면 중에서 어떤 면을 써먹느냐의 차이죠. 제 성격이 영화 속 캐릭터에 조금씩 다 있는 것 같아요. 평소 인간관계는 단순하고 즐거운 거 좋아하고 원만한 편이예요. 예전에는 많이 욱했는데 이제 그런 것도 많이 없어졌어요. 뭔가 계속 참으니까 없어지더라고요.(웃음)”
‘뜨거운 안녕’에서는 시한부 환자 역할임에도 강(强)하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줄담배를 태우고, 온 몸에 문신이 가득한 남자. 성격 또한 괴팍하기 그지없다. 물론 그 안에는 특유의 인간미가 내재돼 있다. ‘뜨거운 안녕’의 시사회 당시 마동석은 “마음을 내려놓고 봤다”고 했다.
“마음을 좀 편하게 내려놓고 관객 입장으로 보자 마음먹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끝나고 나서 우시더라고요. 특히 제 옆에 계신 남자 분은 눈물이 흐르는데 안 닦아요. 턱을 괴고서 안 운거처럼 하고 있다가 나중엔 안경을 제쳐 놓고 울더라고요.(웃음) 마음을 움직이는 부분이 있나보다 하고 안심했어요.”
그는 영화를 본 관객들이 자신의 가족이나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에 대해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는 멀쩡히 사는데도 너무나 불만과 짜증이 많지 않나”라며 혀를 끌끌 찼다. 마동석 스스로도 ‘뜨거운 안녕’을 촬영하며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됐고, 자신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됐다.
“시사회 당일에 감독님들도 많이 왔고 호스피스병원 자원봉사자들이 왔어요. 그 중에 수녀님이 계셨는데 제 손을 잡더니 ‘고맙다’고, ‘잘 표현해줬다’고 하더라고요. 수많은 감독님과 배우들이 와서 좋다고 칭찬해 주는 것도 기쁘지만 수녀님이 손잡고 칭찬해주니까 노력한 게 보였나 싶어서 가슴이 뭉클했죠.”
마동석은 ‘뜨거운 안녕’에서 FT아일랜드 멤버 이홍기와 호흡을 맞췄다. 스크린에 첫 도전장을 내민, 가수 출신의 배우와 연기하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을까.
“감독님의 책임이기 때문에 일단 배우가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형들이 도와주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마침 현장 분위기도 좋았고요. 이홍기랑 백진희 둘 다 밝고, 서로 치고 박고 싸우면서 재밌게 찍었죠. (임)원희 형도 워낙 조용한데 개그본능이 있어요. 사람이 너무 좋아요.”
촬영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고 털어놓은 그는 언론시사회 당일 “운동하다 심장이 멎은 적이 있다”고 고백해 눈길을 끈 바 있다. 당시 근육의 마비가 와서 숨이 잘 안 쉬어지다가 ‘아, 이게 죽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미국에 있을 때였는데 눈 뜨니까 병원이더라고요. 제가 몸을 많이 혹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죠. 촬영하면서 많이 다치고 하다 보니 제가 나서는 게 오히려 더 안 좋은 경우도 있단 걸 깨달았어요. 스턴트맨이 적재적소에서 도와주고, 배우들이 해 줘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도 위 내시경 하고 몇 군데 검사를 받았어요. 연기를 하면서도 계속 건강을 체크해줘야 돼요.”
인터뷰 내내 기자와 수다 꽃을 피운 그는 끝으로 ‘문신’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영화 속에서 마동석은 팔에 잔뜩 문신을 새기고 등장하지만 실제로 그의 몸은 깨끗하다. 욕망은 있었으나 배우가 되기 위해서 참고 또 참았다고 귀띔했다.
“미국에 있을 때 바지 위로 허리춤에 살짝 보이는 쌍권총 문신을 하고 싶었어요.(웃음) 그런데 예전부터 배우의 꿈을 꿨기 때문에 못했죠. 문신한 여자요? 괜찮아요. 전에 제가 다녔던 미국 병원의 여의사가 등에 도마뱀 문신을 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섹시하던걸요. 하하. 전 미국에 오래 살아서 그런지 개방적인 편이에요.”
솔직하고 털털한 마동석의 큰 웃음소리가 카페 안을 가득 채웠다.
유수경 기자 uu84@
사진=송재원 기자 sunn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