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건 오렌지사?"
21일 방콕의 유명한 '블루 엘리펀트' 음식점. 태국 정통음식을 내놓는 이 음식점에 정홍원 총리가 일어서 동행 기자단과 건배사를 외쳤다. 그런데 와인잔에 채워진 것은 와인이 아니라 노란색 오렌지 주스였다. 정 총리는 "(윤창중 스캔들로)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조그마한 실수도 있어서는 안된다"며 오렌지 주스로 건배사를 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태국방문에서 "술은 절대 없다"는 말이 수행원단 전체에 영향을 끼쳤다.
치앙마이 한인 대표간담회가 있던 지난 18일 샹그릴라 호텔. 정 총리의 인사말이 끝나고 한인 대표가 건배사를 제의했다. 한인 대표는 노란색 잔을 들고 "오렌지 주스로 건배사를 하려니 참 어색하다"며 한 순간 당황했다. 그때 정홍원 총리든, 치앙마이 한인이든, 공무원과 기자든 동시에 특정한 한 인물이 머릿속에 그려질 수밖에 없었다.
20일 치앙마이 컨벤션센터에서 샹그릴라 호텔 숙소로 돌아오는 길. 현지 가이드 역할을 하는 남자 인턴이 "여자 인턴을 보조 가이드로 뽑으려고 했다"며 "수행단 책임자가 '여자 인턴'은 절대 안된다고 말해 중간에 채용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공무원 사회는 물론 교포들 사이에서 '윤창중 트라우마'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모습이었다. 특히 교포들에게는 이번 윤창중 사태가 불러온 충격은 적지 않았다.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교포들 모두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리와 장관 등 우리나라의 대표가 해외 방문에 나설 때마다 한동안 이 '트라우마'는 지우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태국에 도착한 이후 공무원과 기자들은 만나기만 하면 '윤창중 스캔들'을 화제로 삼았다. 정상급 대표인 정홍원 총리로서는 더 각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일이 직접 간섭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혹시나 모르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윤창중 트라우마' 속에서 그 폭발력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정 총리의 태국 방문은 총리가 된 이후 첫 해외 순방이고 19년만에 우리나라 총리가 태국을 찾은 순방이었다.
방콕(태국)=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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