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성남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다."
'피터팬' 이승렬이 성남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K리그 신인왕 출신이란 과거의 명성은 모두 내려놓았다. 1년여 간 지속된 방황. 부활을 다짐하는 배경에는 안익수 감독에 대한 남다른 신뢰를 빼놓을 수 없다.
이승렬에게 지도자 안익수란 존재는 의미가 남다르다. 2010년 FC서울에서 수석코치와 제자로 처음 인연을 맺은 사이다. 안 감독은 당시 잘 나가던 유망주를 가까이서 지켜보며 조언과 질책을 아끼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행보가 엇갈린 이후부터 애제자는 긴 부진에 시달렸다.
2008년 FC서울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이승렬은 데뷔 첫 해 정규리그 21경기에서 3골 1도움을 올리며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4시즌 동안 컵대회 포함 104경기에 출전해 23골 8도움의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2010년 K리그 우승은 물론 태극마크를 달고 남아공월드컵에도 출전하며 승승장구했다.
가파른 상승세는 지난해 J리그 감바 오사카 이적과 함께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낯선 환경에 대한 적응 실패로 8경기 출전에 그쳤다. 결국 울산 유니폼을 입고 6개월 만에 도망치듯 국내 무대로 복귀했다. 후반기 정규리그 14경기를 소화하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경험했지만 예전 기량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이승렬은 "팀에 대한 문제보다는 스스로 준비가 부족해 실패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방황하던 그에게 안익수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2년여만의 재회. 대신 엄격한 잣대로 새 출발을 당부했다. 혹독한 동계훈련과 2군행을 병행시켰다. 이승렬의 몸 상태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직 예전 기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라며 냉정함을 유지했다.
19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12라운드. 경남FC와 홈경기는 올 시즌 이승렬의 정규리그 첫 선발 무대였다. 안 감독은 "본인이 열심히 한다는 생각에 도취돼 있는 것 같다"며 "스스로 한계를 느낄 수 있도록 기회를 줬다"라고 설명했다.
감독의 우려를 의식한 듯 이승렬은 초반부터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진영을 흔들었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 전반 8분에는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수비 두 명을 따돌리고 오른발 슈팅을 시도하며 골문을 노렸다. 발끝을 떠난 공은 골키퍼 손을 스친 뒤 골포스트를 맞고 나왔다. 왼발을 재차 갖다 댔지만 이마저도 크로스바를 맞고 벗어났다.
남다른 노력은 전반 28분 결실을 맺었다. 이승렬은 오른 측면에서 제파로프가 감아 찬 프리킥을 헤딩슛으로 연결, 윤영선의 선제골에 일조했다. 공식 도움으로 인정되진 않았지만 순간적인 공간 침투로 찬스를 만든 장면이 돋보였다. 특히 이날 시도한 슈팅 4개 가운데 3개를 유효슈팅으로 마무리할 만큼 집중력이 좋았다. 입단 이후 가장 많은 79분을 소화한 점도 긍정적이다. 활약에 힘입은 선수단은 후반 종료 직전 터진 김인성의 추가골을 묶어 2-0으로 이겼다. 1무2패의 부진을 딛고 4경기 만에 따낸 승리였다.
이승렬은 "감독님이 모처럼 기회를 주셔서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면서 "팀이 승리를 필요로 할 때 도움이 된 것 같아 만족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성남행을 결심한 배경에 대해 "오직 안 감독님을 믿고 왔다"라고 강조한 뒤 "감독님 밑에서 착실히 준비하면 예전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거란 확신이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어렵게 성남으로 이적한 만큼 꾸준한 출전을 통해 좀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하루 빨리 팀에 녹아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사진=성남일화 제공]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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