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영 SK플래닛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8할이 자존심입니다"
13년째 광고에 몸담고 있는 이보영 SK플래닛 M&C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는 힘든 광고 일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자존심'을 꼽았다. 이 CD는 "오더를 받으면 그럴싸한 솔루션을 갖고 가고 싶다"며 "좋은 결과물을 가져가고 싶고, 잘했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광고주가 오케이 할 때까지 수백 번을 치러야 하는 피티(PT) 전쟁에서 길러진 맷집이 그를 강하게 만들었다.
이 CD는 9살 난 딸이 있는 '워킹맘'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워킹맘이라기 보다 일은 물론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열정이 넘치는 '열혈 엄마'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이 CD는 "아이 가졌을 때 입덧이 심해서 휴직을 한 뒤 광고 일을 계속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며 "워낙 밤을 많이 새고 라이프스타일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뱃속의 아이가 딸인 것을 알고 생각을 바꿨다. 이 CD는 "보통 임신을 하게 되면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고민을 하게 되는데, 이 아이도 나중에 여자라는 이유로 나와 같은 상황에서 같은 결정을 내리면 섭섭할 것 같아서 다시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며 "내 딸이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모습으로 끝까지 최대한 가보고, 엄마가 해봤더니 해볼 만하더라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드는 그지만 일 할 때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몰입한다. 광고에 대해 묻자 차분한 말투의 부드러움 속에서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최근 이 CD가 팀과 함께 내놓은 광고는 SK텔레콤 'LTE 무한능력 눝' 캠페인이다. 일주일 동안은 씻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매일 일에만 매달렸다.
이 CD는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약속하고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허투루 할 수 없다"며 "광고는 집 짓는 것과 같다" 말했다. 이 CD는 "땅과 자연의 지형에 맞춰야 제대로 한옥을 짓는 것처럼 광고 역시 그러한 과정으로 브랜드를 짓는 것(building)이다"며 "광고주가 장기적으로 가고 싶어 하는 측면에서 머릿속 심상을 갖고 경쟁사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소비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등을 정확히 알고 하나하나 브랜드를 세울 터를 구축해야 제대로 된 광고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년 뒤에도 여전히 실무를 계속할 것이라는 이 CD는 "지금보다 늙어 있고, 기력이 많이 떨어져 있겠죠. 프레쉬한 아이디어와 강인한 체력으로 무장한 후배들도 있을 것이고요. 그렇지만 저는 그때도 카피를 쓰고 전략을 세우면서 실무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제가 크리에이턴데 뭔가를 크리에이트(창조)하지 않으면 나를 크리에이터로 부를 수 없으니까요. 솔루션을 직접 낼 수 있어야 크리에이터라 얘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를 키운건 8할이 크리에이터와 엄마의 자존심이었다.
이현주 기자 ecol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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