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으로의 회기..사상 초유 엔고 벗어난 것일 뿐"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달러·엔 환율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103엔을 돌파한 가운데 최근의 엔화가치 약세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제 막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고, 이는 사상 초유의 엔고를 벗어나는 중이라고 봐야 하는 만큼 정책대응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엔화 환율 절하속도가 기록적으로 빨라 우리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지만 이전 환율 수준을 놓고 보면 아직 심각한 정도는 아닌 것"이라면서 "금융위기 이전의 엔화 환율은 1995년부터 2008년 가을까지 13년 동안 엔화는 한 번도 달러당 100엔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었다"고 밝혔다. 이기간 평균 환율은 달러당 115엔에 달했다.
2010년 하반기부터 엔화가 달러당 80엔대로 내려왔었고, 2011년 여름부터 작년 10월까지 1년여 동안 달러당 70엔대라는 사상 초유의 엔고를 나타냈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엔화 환율은 심각한 엔저라고 말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설명이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달러당 70엔대라는 사상 초유의 엔고기간과 비교하다보니 최근의 엔저가 굉장히 많이 절하된 수준으로 느껴지는 것일 뿐 사실은 이제 막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으며, 사상 초유의 엔고에서 벗어나고 있는 중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한 진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최근의 엔화절하를 두고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무작정 따라가는 것은 신중한 대응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작년 가을 이후 지금까지의 엔화환율 절하는 정책대응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정작 정책대응이 필요한 부분은 아베노믹스 이후의 일본경제"라면서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경제의 모습을 전망하고 그에 대해 대비를 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아베노믹스로 인한 후폭풍으로 만들어질 다양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각각에 대한 준비를 착수하는 것이 정책당국으로서는 금리인하와 원화절하 요구를 따라가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게 다루어야할 과제라는 얘기다.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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