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종교단체나 복지시설, 외국계 은행도 외부 회계감사를 받게 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불투명한 회계처리가 지하경제를 키운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도 지하경제 양성화로 복지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관련 조치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연구원 이윤석 연구위원은 18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금융정책 과제' 심포지엄을 통해 "종교단체나 복지법인, 상조회 등의 회계처리가 불투명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외국계 금융회사들도 국내 은행과 같은 일을 하지만 감사 대상에선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따라서 "자산 100억원 이상 주식회사만 외부 회계감사를 받도록 돼있는 현행법을 손질해 이들을 모두 감사 대상에 넣자"고 제안했다.
차명거래를 전면 금지하자는 의견도 냈다. 이 연구위원은 "명의를 빌려준 사람도 처벌해 불법 차명거래를 근절하자"고 했다. 은행원에게 본인 확인 의무만 지운 현행법을 전면 개정하자는 의미다. 그는 "불법 거래 유형을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해 가족간 생활비 공유나 친목계 등 선의의 차명거래만 허용하자"고 말했다.
자영업자의 세금 탈루를 막는 일도 시급하다고 봤다. 이 연구위원은 "자영업자의 조세 탈루 규모가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등 여전히 탈세가 많다"면서 "카드 결제나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한 가맹점에 대해 제재를 강화하고, 신고 포상금을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선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국세청의 적극적인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같은 연구원 김자봉 연구위원은 "불법 금융거래 적발을 위해 FIU의 감독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FIU와 국세청 사이의 전략적 협력으로 조세정보 은폐, 실소유자 은닉 공시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국세청의 FIU 정보 직접 열람은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대신 FIU는 국세청에 제공하는 금융거래 정보의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국세청은 18일 수 개월간 이어진 논의를 마치고, 이런 내용의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했다.
한편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심포지엄 축사를 통해 "고의적이고 악질적인 범죄 행위를 정조준해 척결하겠다"면서 지하경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신 위원장은 다만 지하경제 양성화 작업이 대기업이나 거액 자산가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해 "영세상인과 중소 제조업체에 대해서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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