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세권 이어 1조3천억원짜리 대형 개발사업 풍전등화
SH공사가 주도해 개발한 은평뉴타운의 편의시설 건설사업에서 전격 탈퇴를 하게된 배경은 출자사간 사업 추진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서다. 부동산 침체와 출자사간 이해관계가 얽히며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에 이어 알파로스 프로젝트마저 무산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 프로젝트파이낸싱에 근거해 추진되는 복합개발사업이 줄줄이 백지화 단계에 접어들어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에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16일 서울시와 SH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시행사 알파로스PFV가 진행한 주주총회에서 SH공사가 사업을 청산하겠다는 의사를 공표했다. 일부 출자사들이 토지비 납부조건 완화와 주거비율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알파로스 개발사업계획 변경안’을 내놨지만 SH공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데 따른 결정이다
SH공사가 문제 삼은 부분은 토지대금에 대한 미납할부금과 연체금을 깎아달라는 출자사들의 요구다. SH공사 관계자는 “호텔을 오피스텔로 변경하는 등 주거시설을 늘려 사업성을 높이는 방안과 임대 및 분양 기간 조정은 구청과 합의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었지만 미납할부금과 연체금을 조정해달라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SH공사는 1조원에 달하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금액을 회수하지 못해 금융부담이 크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시행사가 준공 후 3년간 운영한 뒤 후분양하기로 했던 상업시설을 대형마트 등 일부시설에 한해 선분양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당초 계획했던 실버타운을 오피스텔로 변경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할부금과 연체금 조정은 단호히 거부했다. 국유재산법 등에 위반되는데다 큰 틀에서 보면 자칫 세금을 깎아주는 모양새가 돼서다. 앞서 지난해 서울시가 특혜시비 등을 우려, 개발 계획안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실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SH공사가 알파로스에서 빠질 경우 2009년 3월 알파로스PFV와 맺은 5000억원 규모의 토지매매 계약이 취소된다는 점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사업이 무산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은평뉴타운에 제대로 된 상업시설이 적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개발 백지화 위기로 불만이 크게 높아지게 됐다.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현장을 방문, “개발사와 협의해 최대한 착공 일정을 앞당기겠다”고 밝히는 등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은평뉴타운에는 단지 내 상가를 제외하고는 대형마트와 같은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주민들이 일산이나 서울 도심으로 쇼핑에 나서고 있다.
다만 SH공사와 일부 출자사들은 사업 재추진에 대한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알파로스 PFV관계자는 “ABCP만기가 돌아오는 5월 말까지는 서로 논의할 시간이 아직 남아 있는데다 SH공사도 새로운 사업계획을 검토할 준비를 갖춰놨다”며 “긴밀한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알파로스 사업은 은평구 진관동 79-15일대 은평뉴타운 상업지구 내에 들어서는 초대형 복합상업시설 개발 공사다. 오피스텔과 호텔, 대형마트, 멀티플렉스, 스파, 오피스, 메디컬센터, 산악커뮤니티센터 등 다양한 생활편의시설이 들어설 예정으로 2008년 건설공제조합(25%)과 SH공사(19.9%), 현대건설(12.98%), GS건설(9.58%), 롯데건설(9.89%) 등이 총 1200억원을 출자해 참여했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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