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던 건설·증권에 '유동성의 힘' 실린다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이승종 기자]한국은행이 7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 흐름에 동행하면서 국내증시가 본격 반등에 나설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은은 9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연 2.50%로 결정했다.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경기 상황과 주요국들의 통화완화 움직임, 정부 재정정책과의 공조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와 그간 선진국 대비 열세였던 정책 모멘텀을 만회하는 차원에서 증시에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건설·증권 등 전통적인 금리인하 수혜주 및 그간 주춤했던 에너지·소재·산업재·경기소비재·정보기술(IT) 등 경기민감주가 주도하는 지수의 반등을 예상했다. 이날 강보합권에 머물던 코스피는 깜짝 금리인하 발표 후 오름폭을 크게 키워 장 중 고가를 1977선까지 올렸다.
이상재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기금 포함 19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가 가세해 최소한 하반기 국내경제에 대한 하방경직성 확보 기대가 형성될 것"이라며 "엔·달러 환율이 100엔 미만에서 속도조절을 하고 있고 미국의 고용도 양호한 편이어서 하반기 국내경제에 대한 기대치가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분위기가 풀린다 해도 당분간은 2000선 전후의 박스권 상단을 넘어서는 추세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본적으로 금리인하 여부가 주식시장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데다, 올해 1·4분기 국내 기업실적 부진 및 미국·중국의 뚜렷하지 않은 경기 회복세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보다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임동락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수가 박스권을 뚫고 추세 상승하기 위해서는 시장 친화적인 정책대응이 보다 공격적으로 단행되거나, 대외경기 및 기업실적과 같은 펀더멘털 지원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야 한다"며 "열쇠를 쥐고 있는 외국인 수급 역시 여전히 매도 기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분간은 박스권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채권 시장은 호재이긴 하지만 시장 강세로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 등을 근거로 시장 금리는 이미 한 번 이상의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8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55%로 현재 기준금리(2.50%)와의 차이가 5bp(1bp=0.01%포인트) 밖에 나지 않는다.
지난달 말 국채선물 시장서 대거 매수세를 보인 외국인이 또다시 매수 우위를 이어갈지가 관건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30일 무려 2만4727계약을 순매수하며 역대 최대 순매수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이달 금리인하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회사채 발행을 미뤘던 기업들은 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금리동결 후 시장금리 급등세를 목격했던 기업은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회사채 발행을 일제히 유보해 왔다. 금주 예정된 회사채 수요예측은 '0'건이지만 내주 이후 발행이 예정된 기업은 6~7개사에 달한다.
한 증권사 채권 관계자는 "외부의 압박에 금리는 인하됐지만 한국은행 총재의 매파적 기조는 그대로라 추가 인하 기대감이 크지 않다"며 "시장이 크게 강세를 보이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리 기자 yr61@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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