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9일 기준금리를 종전 2.75%에서 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만의 금리 조정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달 금통위를 앞두고 금리 동결의 당위성을 강조했지만, 안팎의 인하 압력에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이달 금통위는 지난 달보다 한층 거세진 금리 인하 압력 속에 열렸다. 금리인하를 요구해온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하루 전 "자칫 청개구리 심리를 갖고 있거나 호주산 (나무)늘보의 행태를 보이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고, 국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팎의 경제여건도 녹록지 않았다. 실물경기를 반영하는 3월 산업활동동향 집계 결과 전(全)산업생산은 한 달 전보다 2.1% 줄었고, 1년 전과 비교한 지표도 0.9% 위축됐다. 기획재정부는 7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투자와 수출 등 실물경제 부진이 이어지면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말로 금리인하를 에둘러 압박했다.
이런 판단에 따라 국회는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해 경기 부양에 나서기로 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대통령을 수행해 방미 중인 것도 장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밖으론 한은의 금리 결정에 중요한 고려대상이 됐던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내렸다. 신흥국도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인도 중앙은행은 3일 7.5%였던 기준금리를 7.25%로 0.25%포인트 조정했다.
7일에는 호주가 3.0%이던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2.75%까지 낮췄다. 호주의 기준금리가 3% 아래로 떨어진 건 53년만이다. 간밤엔 폴란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3%까지 내려잡았다.
김 총재는 결국 이런 외풍을 견디지 못하고 7개월만에 금리를 낮췄다. 정부와 경기 판단을 두고 벌인 한 판 승부에서 한 수 접은 셈이다. 하지만 적어도 국가 경제를 두고 한은이 위험한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에서는 벗어나게 됐다. 향후 경기 상황이 기대 수준을 밑돈다 해도 정부와 책임을 분담할 근거가 생겼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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