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계약을 연장하지 못한다면, 손흥민을 이적시킬 수밖에..."
6일(한국시간) 볼프스부르크와의 홈경기(1-1 무) 경기 직후였다. 프랭크 아르네센 함부르크 단장은 손흥민과의 재계약이 어렵다면, 그를 이적 시장에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함부르크가 손흥민의 이적 가능성을 시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 함부르크는 손흥민의 이적설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토어스텐 핑크 감독은 "손흥민의 잔류를 위해 모든 수를 쓰는 것이 먼저"라고 밝혔고, 칼-에드가 야호브 단장은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재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팀 동료 라파엘 반 더 바르트까지 나서 "손흥민은 빅 클럽보다 함부르크에 남는 게 낫다"라며 잔류를 종용했다.
하지만 현 상황은 호기를 부리기 어렵게 돌아간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함부르크의 연간 적자는 1000만 유로(약 143억 원) 규모다. 당초 공언했던 손흥민 연봉의 대폭 인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변수는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진출 여부다. 유로파리그 출전은 챔피언스리그만큼은 아니어도 쏠쏠한 상금을 챙길 수 있는 기회. 재정 적자를 메울 수 있는 좋은 대안이었다. 출전만으로 130만 유로(약 19억 원)를 받고, 승리 수당은 20만 유로(약 2억9000만 원)나 된다. 토너먼트 진출 시 추가 상금도 있다. 하노버96만 해도 올 시즌 대회 8강으로 1050만 유로(약 151억 원) 가량을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현실의 벽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 분데스리가는 리그 5·6위팀과 DFB포칼(FA컵) 우승팀이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획득한다. 반면 DFB포칼컵 우승·준우승 팀이 모두 유럽대항전에 진출할 경우 리그 7위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올 시즌 결승전엔 바이에른 뮌헨과 슈투트가르트가 올랐다. 슈투트가르트는 이미 6위권 진출이 좌절된 상태. 결국 함부르크에겐 6위 진입만이 유로파리그 진출의 열쇠다.
함부르크는 13승6무13패(승점 45·골득실 -13)로 현재 7위. 시즌 두 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5위 프랑크푸르트(승점 49·골득실 +3), 6위 프라이부르크(승점 48·골득실 +5)에 뒤졌다. 골득실도 크게 떨어진다. 두 팀이 각각 승점 2점, 3점씩만 따내면 함부르크의 6위권 진입은 사실상 좌절된다. 유로파리그 진출의 손실은 금전에만 있지 않다. 손흥민을 붙잡아 둘 큰 명분 중 하나를 잃게 된다.
손흥민과 함부르크의 계약기간은 2014년 6월까지. 만약 곧 재계약을 맺지 못하면 다음 시즌 종료 뒤 이적료 한 푼 없이 그를 떠나보내야 한다. 손흥민의 이적료는 1000만 파운드(약 170억 원)로 평가받고 있다. 차라리 거액의 이적료를 받고 다른 팀에 보내는 게 최선인 셈이다.
손흥민 역시 이적에 무게를 실을 만하다. 그는 현재 도르트문트·토트넘 등의 관심을 받고 있다. 두 팀 모두 다음 시즌 유럽대항전 진출이 확정된 상태. 손흥민의 활용 방안도 분명하다. 그 외에도 여러 빅리그 명문클럽이 그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손흥민으로선 더 큰 무대에서 기량 발전을 도모할 기회다. 선택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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