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정치권과 경제계의 충돌이 29일 거세지는 양상이다. 경제5단체는 경제민주화 입법에 신중해달라며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충분히 고려하겠다"면서도 기업의 불공정행위 근절과 투자를 주문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5단체 부회장들은 이날 오전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를 찾아 경제민주화 입법의 속도조절을 요구했다.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은 "법안을 만들 때 당초 달성하는 목적이 있지만 때로는 그 목적과 반대되는 경우도 있다"며 심도 있는 검토를 주문했다. 이 부회장은 "하도급법 같은 경우 많은 중소기업이 대상에 포함되고 효과도 부족하다"며 "좀 더 심도 있게 피해보는 산업, 기업들에 대해 검토해달라는 차원에서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경총 김영배 부회장은 "경제민주화 추진 법안의 선의나 근본적 문제를 잘 알지만 해당법안 통과에 따라 여러 문제에 노출되는 단체들의 의견이 수렴되는 기회가 부족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며 "최근 상임위에서 통과되는 안건들이 고유한 의미를 갖고 소위를 통과했겠지만 일부 조항의 문제점이 기업에 과도하게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는 내용이 많이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 이동근 부회장은 "사실 국제적이나 국내적으로 한편 투자와 고용이 아주 중요하다고 하는데, 정치권에선 경제민주화나 복지의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다"며 "경제계 입장에선 대내외적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차후 경제성장을 통해 복지로 가야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나 정무위원회에서 기업에 부담을 주는 법안이 충분히 논의를 거치지 않고 상정되는 경우가 있다"며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기업에 대한 규제는 국제 기준에 맞춰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기중앙회 송재희 부회장은 "큰 틀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해 잘 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유해물질 규제나 고용·노사 관계에 대한 부분이 일시적으로 추진되는 부분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기업들이 예전과 달라진 분위기 때문에 투자를 주저하는듯한 모습이 보인다"며 "상황은 이해되지만 기업들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적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할테니 투자 계획을 세워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부동산 대책이나 가계부채 문제 등 위기관리 측면에 집중한 측면이 있다"며 "시기가 지나면 정부의 손발이 잘 맞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나성린 정책위의장 대행은 "경제민주화는 대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겠다는 것"이라며 "(경제계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서 대기업도 살리고 중소기업도 살리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제5단체 부회장단은 이날 새누리당 방문에 앞서 경제민주화 논의가 진행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면담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박 의원 측은 "경제5단체에서 제대로 약속도 잡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면담을 요구했다"며 거부했다. 이들은 결국 법사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을 만나 경제계 입장을 전달하는 것으로 일정을 대체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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