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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워진 대통령, 얼음朴은 녹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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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 낮추고 소탈해진 모습.. 취임 두 달, 대통령의 변신
시민 선물 브로치 달고 공식 행사에.. '썰렁개그'도 작렬
트위터, 블로그 등 활용하며 '국민과 함께' 이미지 강조
화법, 옷차림 등은 변했지만 '청와대 고립'은 여전해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이제 좀 여유가 붙은 걸까. "물러서지 않겠다(3월 4일 대국민담화)"며 꽉 다물었던 입은 활짝 열렸고 국방색 재킷은 하늘색으로 바뀌었다. 예전에도 종종 했다는 '썰렁개그'는 청와대 버전으로 부활했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국민과의 접점을 찾으려는 소통의 태도다. "저 멀리 있는 우리와 다른 사람"이란 신비감 혹은 거리감을 떨치려는 걸까. 보통 사람들처럼 싸이 뮤직비디오를 보고 개그콘서트에 웃으며 댓글을 읽는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옳다"는 고집스러움, 그리고 거기서 뿜어 나오는 불편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윤창중 대변인의 과거 말처럼 "청와대 깊은 곳에서 '리얼 박근혜'와 마주하는 고독감"에 눌린 것일까. 김행 대변인은 "현장으로 달려가는 광폭 행보를 기대하라"고 예고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움직이지 않았다. 대통령은 여전히 청와대 그리고 공식 행사의 맨 앞줄이나 단상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박 대통령은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혹은 우리를 착각하게 하려는 것일까.

부드러워진 대통령, 얼음朴은 녹고 있나 사진제공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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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박 대통령은 과천에 있었다. 미래창조과학부 현판 제막식에서 "축하합니다. 난산이었어요"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 행사에는 30여명이 참가했지만 박 대통령이 "눈치채 줬으면…" 했을 법한 변화를 알아챈 사람은 없었다. 뒤늦게 청와대 블로그를 관리하는 직원이 대통령을 대신해 말을 전했다. 이 날 박 대통령이 착용한 브로치(사진)는 한 시민이 대통령에게 전해달라며 청와대로 보낸 선물 중 하나였다.

블로그는 "소박하고도 마음과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에 대통령께서 많이 고마워하고 계시다는 것을 전해드립니다. 선물 가운데 브로치는 대통령께서 직접 착용하기도 했는데요"라고 썼다. 박 대통령이 마트에서 4000원짜리 지갑을 들고 있는 사진을 청와대가 공개한 것도 비슷한 취지였는지 모른다.


시민이 보내준 선물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거나 사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꽤 좋은 홍보 전략이다. 한 시민이 보내준 곰인형을 박 대통령이 직접 찍어 트위터에 올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엔 누군가 보낸 사군자 십자수를 대통령이 잘 간직하고 있다고 블로그는 전했다. 이런 저런 사례를 보면 '친근한 이미지로 변하자'는 참모들의 조언을 박 대통령이 실행에 옮기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미지 전환뿐 아니라 '민생경제'도 염두에 둔 것이란다. 박 대통령은 24일 언론사 편집ㆍ보도국장 오찬에서 "남대문시장에서 액세서리 구입한 거라고 해서 굉장히 성황을 이뤘다 그래요. 그런 게 액세서리 산업을 성장시키고 한복을 입는 게 도움 된다면 기쁜 일이고 더 노력할 의향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노력은 '썰렁개그'를 작렬하거나 연예인, 영화 장면 등을 자주 언급하는 방식으로도 표현된다. 이달 초 청와대 어린이 기자단 재창간 축하메시지에서 박 대통령은 "영화 해리포터를 보면 주인공 소년이 마법학교로 가기 위해 벽을 뚫고 승강장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어른들에게는 그냥 하나의 벽이지만 어린이들에게는 다른 세상으로 가는 출구가 열리는 것입니다"라고 썼다.


22일 빌 게이츠와 만남에서 게이츠 회장이 시애틀에 있는 재단을 방문해 달라고 초청하자 "시애틀 하면 'sleepless night'가 연상이 됩니다"라는 농담을 던졌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년)'을 말한 것이다. 창조경제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가수 싸이와 개그콘서트팀을 여러 차례 언급한 일도 잘 알려져 있다.


가장 최근 버전의 썰렁개그는 언론사 편집ㆍ보도국장 오찬에서 소개됐다. 박 대통령은 "제가 언론과 관련된 유머 하나를 발견했습니다"라며 말을 시작했는데, 참모가 골라줬든 아니든 '불통 이미지'를 깨기 위해 박 대통령이 시간을 투자하며 애쓰고 있음은 확실한 것 같다.


불통하지 않고 소통할 것이며 국민과 함께 호흡하고 느낌을 공유하는 그런 대통령을 누가 마다하랴. 돌이켜보면 지난 두 달간 박 대통령이 양보한 것은 하나도 없지만, 협박성 '대국민담화'를 보며 70년대 리더십을 떠올린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조금 누그러뜨린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왜 그 이상은 없을까. 4일 충남도청 개소식에 참가했을 때 청와대는 "민생, 현장 위주의 행보가 시작된 것"이라 의미를 부여했지만 이 말은 곧 무색해졌다. 대북 이슈도 소강상태로 접어들었건만 박 대통령은 22일째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창조경제 대표기업에도, 교육현장에도, 시장통에서도 그를 만날 수 없다. 그의 농담이 비현실적으로 들리는 건 청와대 저 깊은 곳에서 비서실 간부나 국회의원, 빌 게이츠와 나누는 것이기 때문은 아닐까. 박 대통령은 정말 변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여기까지가 원래 그였을까.




신범수 기자 answ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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