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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김길녀의 '첫사랑'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5초

스물 셋,
늦은 겨울과 이른 봄 사이
구룡포 바다,
빨간 등대에 붙여 놓은
긴 편지와 하얀 입맞춤
참, 이뻤던
그때....


김길녀의 '첫사랑'


■ 늦은 겨울과 이른 봄 사이 구룡포 바다가 어떤 의미인지는, 경주 쯤에 사는 사람이라야 제대로 알지 않을까. 그것이 스물 셋이란 시간과 만날 때 코끝이 비릿해지면서 눈물이 왈칵 돋는 것은 소금바람에 머리카락 날리던 스물의 소녀를 두고, 돌아서 달려왔던 사람이라야 그럼직하다. 수줍어서 떨었던 사랑보다 진짜 추워서 떨었던 사랑, 그 서러운 길을 해마다 뒤돌아 가서, 빨간 등대에 다시 서서 먼 시간으로 끼룩거리며 날아가는 푸른 편지 부치고 부치던 마음이었어야, 사람 없는 바다의 환장할 눈부심을 읽어낸다. 두고두고 쓰라린 생각들이 그날의 머리 속 하얘지던 입맞춤 사이에 봉인되어 불안하게 펄럭거리던 그날. 부두의 식당에서 우걱우걱 씹어 뜯던 대게의 붉고 달콤한 살이 뒤늦은 그리움처럼 식탐을 돋우던, 그 비밀의 연애가 없이는 함부로 상상하지 마라. 저 첫사랑. 찰나의 빛처럼 환하게 웃던, 꽃향기 나는 머리칼 쓸어올리던 소녀의 눈길이 얼마나 이뻤는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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