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강행군이었다. 지난 4월16일 추가경정예산안이 발표됐다. 발표는 1시간 남짓 걸렸는데 이를 만들기 위해 기획재정부 예산실에는 3~4월 동안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됐다.
예산실 직원들이 서울과 세종청사를 오가는 일이 반복됐다. 취재를 위해 전화를 걸면 '지금 회의중입니다. 잠시 뒤 연락드리겠습니다'는 메시지를 받기 일쑤였다. 추경의 규모와 어디에 쓸 것인지를 협의하고 확정하기 위해 당·정협의회를 거쳐야 했다. 국회에서 살다시피 했다. 예산실 직원들은 아침에 국회로 출근했다가 오후에 세종청사로 내려오고, 저녁에 다시 서울 집으로 돌아왔다. 국회의 말 한마디에 긴장하고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는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마련된 안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급기야 예산실 직원 한 명이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해당 직원은 밤을 새우며 박근혜 정부의 공약과 이에 따른 추경안의 데이터를 조사하고 총괄하는 자리에 있었다.
기재부 예산실은 ▲예산총괄심의관 ▲사회예산심의관 ▲경제예산심의관 ▲행정예산심의관 등 국장 4명 아래 19개과와 1개 팀이 있다. 어느 한 과도 중요하지 않은 부서가 없다. 전체 나라 살림을 꾸리고 어느 곳에 긴급하게 예산을 투입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하는 기재부에서도 핵심 부서다.
혼자 머리만으로 움직이는 곳도 아니다. 예산의 밑그림을 짜기 위해 관련 부처와 협의는 물론 국회, 청와대 등 업무협의를 거쳐야 하는 곳이 한 둘이 아니다. 여기에 야당의 의견까지 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예산안이 마련되고 국회 본회의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그렇게 17조3000억원의 추경안이 최종적으로 마련됐지만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24일 시작되는 국회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예산실 직원들은 이전까지는 '예행연습'이었고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벌써부터 국회에서는 추경을 늘려야 한다, 추경의 쓰임새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산실의 한 관계자는 "(기재부 예산실은)당분간 만사 제쳐놓고 5월초까지 국회에 살 수밖에 없다"며 "추경안이 빨리 통과돼 계획했던 곳에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추경안은 국회 상임위원회를 거쳐 5월3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예정대로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예산실의 긴장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