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주와 회동하며 삼성전자와 MS의 불화설을 종식시켰다.
이 부회장은 오는 26일 방한하는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겸 현 최고경영자(CEO)와도 만날 것으로 전망돼 반(反) 애플 진영의 건재함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업계는 삼성전자가 자체 운영체제(OS) 타이젠을 개발하면서 MS, 구글 등 반 애플 진영을 구축했던 IT 업체들과 소원해 질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MS, 구글의 수뇌부들이 연이어 한국을 찾으며 이런 전망들도 대부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1일 오후 6시 30분께 빌 게이츠가 삼성전자 서초 사옥을 방문했다. 로비로 들어선 빌 게이츠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윤한길 전무의 안내를 받아 미팅 장소로 이동했다.
빌 게이츠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사장 등과 함께 만찬을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눴다.
약 3시간 후인 9시 10분경 만찬을 마치고 내려온 빌 게이츠는 취재진에게 "PC의 미래, 그리고 MS와 삼성 두 회사의 협업에 대해 좋은 대화를 나눴다"면서 "빌앤 멜린다 재단에 대한 얘기도 했다"고 말했다.
관심은 윈도우8에 집중됐다. 삼성전자와의 향후 협력 구도에서도 가장 중요한 무문이다. 삼성전자는 태블릿PC 시장에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다. 윈도우8은 노트북과 하이브리드PC에 채용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윈도우8은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삼성이 도와주고 있는 만큼 잘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학생, 기업 시장 등 윈도우8이 다음 단계로 향할 수 있도록 두 회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관해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빌 게이츠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대 관학캠퍼스 근대법학교육 100주년 기념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도전과 혁신에 대해 강연했다. 강연이 끝나자마자 삼성전자를 찾아 이 부회장을 만난 것이다.
두 사람은 이달 초 중국 하이난다오에서 열린 '보아오퍼럼'에도 나란히 참석한 바 있다.
빌 게이츠에 이어 구글 창업주이자 현 구글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페이지도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는 오는 26일 방한해 박근혜 대통령,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는 물론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국내 주요 IT 기업 최고경영진과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이나 안드로이드를 담당했던 앤디 루빈 부사장 등은 한국을 자주 방문했지만 래리 페이지 회장이 직접 한국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래리 페이지 회장이 삼성전자 고위층과 회동할 경우 구글과 삼성전자 사이의 불화설도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은 "삼성전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우호적인 관계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없이는 구글, MS도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탑재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찾기 힘든 상황"이라며 "삼성전자가 독자 OS를 추구한다 해도 3개 회사가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은 상당히 많아 협력 관계에 이상이 생기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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