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 미궁에 빠질 것 같았던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의 용의자가 19일(현지시간) 밤 끝내 검거됐다. 공개수배 전환 하루만의 성과다. 용의자로 지목된 2명의 용의자 중 형 타메를란 차르나예프(26)는 이날 새벽 총격 끝에 사망했고, 동생 조하르(19)도 끈질긴 추격 작전끝에 이날 밤 경찰에 체포됐다. 집요한 경찰 수사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신고가 합작해 만들어낸 결과였다.
◇ 공개 수배 전환=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18일 오후 5시 15분 수사 중간 발표를 하면서 용의자 2명의 사진과 동영상을 전격 공개했다. 보스톤 마라톤 테러 사건 발생이후 경찰은 물증을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결국 수많은 제보 사진과 동영상을 정밀 분석한 결과 용의자 2명을 가려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FBI는 이들이 얼굴이 알려진 전문 테러리스트가 아니라고 잠정 결론을 내리고 신속히 공개 수사로 전환했다. 시민들의 협조를 받는 것이 용의자 검거에 지름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FBI는 당시 이들이 매우 위험할 수 있다면서도 "검거를 위해선 시민들의 제보와 협조가 시급하다"며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심야의 총격전=공개 수배에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용의자들에 대한 제보가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사진과 동영상에 나온 용의자의 인상착의 가 너무 뚜렷해서, 그들의 지인들이 즉각 알아보았다는 전언이다. FBI 의 지휘 속에 보스턴 경찰은 두 형제가 이날 저녁까지 보스턴을 빠져나가지 못한 것으로 보고 도시 외곽을 차단한 채 시내를 중심으로 검거 작전을 벌여나갔다.
오후 10시 20분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총격 사건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을 피해 움직이던 두 형제가 MIT 근처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친 뒤 대학으로 숨어들었고 이 과정에서 경비 활동을 하던 대학 경찰과 1차 총격전을 펼친 것이다. 중무장한 두 형제는 대학 경찰관 1명에 총격을 가해 살해한 뒤 케임브리지에서 차량을 탈취, 다시 달아나기 시작했다.
경찰은 즉각 주위를 봉쇄했고 교외 지역인 워터타운에서 용의자들이 탄 차량을 발견, 본격적인 추격전을 펼쳤다. 총기와 자살 폭탄 조끼로 중무장한 용의자들이 극력히 저항하며 치열한 총격전이 펼쳐졌다. 그러나 경찰의 포위망이 좁혀오자 형 타메를란은 폭탄을 몸에 두른 채 경찰 저지선을 향해 뛰어들다가 날아드는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혼자 남은 조하르는 자동차를 몰아서 경찰 저지선을 뚫었다. 보스턴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조하르는 이 과정에서 쓰러져 있던 형의 몸 위로 차를 몰아 달아나는 대담성을 보였다고 전했다. 타르멜란은 새벽 1시 35분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총상과 폭탄 파면으로 숨이 멈춘 뒤였다.
◇보스턴 완전 봉쇄령=이제 경찰은 달아난 조하르 검거에 총력을 집중했다. 조하르는 총기와 사제폭탄으로 무장하고 있고 극도의 심리 불안 상태이기 때문에 자칫 제2의 범행을 저지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후 보스턴, 특히 워터 타운을 중심으로 수천명의 경찰, 특수요원이 배치됐고 물샐틈 없는 봉쇄와 치밀한 수색 작전이 동시에 진행됐다. 보스턴은 이날 오전부터 완전 봉쇄됐다.
수사당국은 시민들에게 "모든 학교와 직장은 오늘 폐쇄된다. 집 밖으로 나오지 말고 문을 걸어잠그고, 경찰의 신분증을 제시한 사람에게만 문을 열어달라"고 당부했다. 버스와 전철 등 모든 대중교통 수단도 멈췄다. 시민들의 적극 협조로 도로에 일반 차량은 다니지 않았다. 1차 총격전 이후 혼다 승용차를 운전하고 있는 것을 추정됐던 조하르가 더 이상 차량이나 대중교통 수단으로 이동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후 경찰은 보스턴 일대를 여러 구획으로 나눠서 한집씩 가택 수색을 벌여나갔다. 워낙 철저하고 신중한 수색직전을 펼치다보니, 이날 오후 늦게까지도 검거소식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다시 시민들의 협조를 구했다. "이제 목표의 70%정도 수색을 벌였다. 조금만 더 인내를 가져달라"는 내용이었다.
◇오후 7시 총성과 최종 검거작전=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오후 7시쯤 보스턴엔 수십발의 총성이 울렸다. 당시 시내에서 현장 중계를 하던 CNN 앵커는 "아마도 이번 사건의 매우 극적인 상황이 시작된 것 같다"며 긴박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 총성은 워터타운 주변 주택가에서 대치하고 있던 조하르와 경찰 사이에 오고간 총격이었다. 도시 전체가 봉쇄돼 탈출에 실패한 조하르는 경찰과 총격을 주고 받은 뒤 한 주택의 뒷마당에 있던 요트에 몸을 숨기고 있던 상태였다. 이번에도 요트 주인이 주변에 피가 묻어있는 것으로 보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 결정적인 제보가 됐다.
경찰은 조하르가 폭발물을 몸에 두르고 있다고 판단,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그를 압박해나갔다. 경찰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로봇을 먼저 요트에 접근시켰다. 조하르의 위치와 상태를 확인한 경찰은 기습공격을 펼쳐 심한 부상을 입고 있던 조하르 체포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후 8시 45분쯤 공식적으로 그의 체포 사실을 공표했다. 15일 폭탄 테러 사건이 발생한 지 4일만에, 공개 수배 전환 27시간 30분이 지나서 상황이 공식 종료된 것이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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