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성남일화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고 있다. 우승후보 전북을 상대로 310일간 이어진 홈경기 무승 징크스를 털어내더니 '디펜딩챔피언' 서울마저 제압했다. 시즌 첫 2연승. 지난해 8월 상주와 제주를 연파한 뒤 8개월 만이다. '부활'을 키워드로 내건 안익수 감독의 전략이 뿌리내리는 분위기다.
성남은 17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7라운드 홈경기에서 김동섭의 멀티 골에 힘입어 서울을 2-1로 물리쳤다. 개막 이후 다섯 경기에서 2무3패로 최하위까지 처졌던 순위는 단숨에 9위(승점 8)로 뛰어올랐다.
프로데뷔 후 23년 만에 친정팀 사령탑에 오른 안 감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에 돌입했다. 골키퍼를 비롯해 공수 전반에 걸쳐 새 얼굴들을 영입했다. 엔트리 마감 시한까지 장고를 거듭했다. 박진포, 윤영선, 김성준 등 2년 연속 선발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멤버는 손에 꼽을 정도. 사실상 부진했던 지난해와의 단절을 의미했다. 이 과정에서 프랜차이즈스타 홍철(수원)과 김성환(울산)까지 울타리를 벗어나면서 팬들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자리를 메운 대체자원의 선발 기준에는 원칙이 있었다. 안 감독은 서울 수석코치와 부산 감독을 거치며 눈여겨 본 자원들을 주목했다. 나름의 명성은 있지만 불안한 입지와 부상 등으로 아픔을 겪은 멤버들을 품에 안았다. 올림픽대표팀 탈락과 광주의 2부 리그 강등이란 설움을 겪던 김동섭, 러시아 무대에서 방출된 김인성을 비롯해 서울과 부산시절 인연을 맺은 현영민, 김태환, 김한윤, 제파로프, 전상욱 등이 대거 가세했다.
물음표가 달렸던 조직력은 경기를 거듭하면서 안정감을 더했다. 불안했던 수비라인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독기를 품은 이적생들이 제 몫을 소화하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김동섭은 전북과 서울을 상대로 두 경기에서 3골 1도움을 올리며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덕분에 팀 컬러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지난해 '신공'이란 수식어로 16개 팀 가운데 가장 많은 273개의 유효슈팅으로 기록하고도 43골에 그친 극심한 골 가뭄에서 벗어나고 있다. 두터운 수비로 실점을 줄인 뒤 효과적인 역습으로 상대 허를 찌르는 경기 운영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제 2의 질식수비'라는 비판을 뒤엎은 '카운터펀치'에 홈팬들은 물론 축구 관계자들까지 "경기 내용이 확실히 달라졌다"라며 반색한다.
안 감독은 "앞선 6경기에서 9실점으로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지만 문제점을 보완하면 공격력도 살아날 수 있다고 확신했다"면서 "선수들이 강조했던 부분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였다"라고 평가했다. 주장 박진포는 "감독님이 동계훈련 때부터 수비 안정을 통한 역습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초반에는 다소 미흡했지만 경기를 거듭하면서 제자리를 찾고 있는 것 같다"며 "고비마다 골을 넣어주는 공격수들의 활약이 더해져 자신감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명예회복을 다짐하는 안 감독의 구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시즌을 치르는 과정에도 거듭된 합숙훈련과 비디오 분석으로 선수단 내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우리 팀 선수들은 90분을 소화했던 핵심멤버가 아니다. 늘 기회를 얻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해야한다"며 "다행히 그런 점을 잘 받아들이고 훌륭하게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지도자로서 복이 많은 것 같다"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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