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회사채 사기로 했다가 청약 불참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한화자산운용이 CJ 회사채를 매수키로 했다가 최종 청약 때 돌연 입장을 바꿔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로 지정될 전망이다. 한화운용이 이번에 불성실 참여자로 지정되면 지난해 '증권 인수 업무에 관한 규정'이 도입된 이후 5번째 지정사가 된다.
◆"사겠다"하곤 최종 때 빠져=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협회 내 자율규제위원회는 오는 26일 한화운용의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불성실 참여자로 지정되면 향후 1개월간 회사채 수요예측 참여 및 배정이 금지된다. 금투협 측은 "주관사에 대한 조사를 이미 마쳤으며, 심의 결과는 바로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운용은 이달 초 있었던 CJ 회사채 1000억원의 수요예측에 참여해 200억원을 배정받았다. CJ가 제시한 희망금리 범위 내에서 "200억원어치를 사겠다"고 약속한 것. 그러나 한화운용은 일주일 뒤 열린 최종 청약에 불참했다.CJ 회사채의 공동 대표주관사인 우리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한화운용 물량은 제외한 채 청약 및 배정을 마쳤다.
주관사 관계자는 "당시 금리가 낮다는 말이 나와 한화운용이 청약을 철회한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수요예측 당시 접수된 수요물량은 1100억원이었지만, CJ 희망금리 내 물량은 300억원뿐이었다. CJ가 제시한 금리 범위를 인정한 기관이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300억원 중에서도 한화운용 물량 200억원이 최종에선 빠지게 돼, 결국 900억원이 최종 미달물량으로 처리됐다.
이에 대해 한화운용 관계자는 "CJ 회사채 1000억원이 모두 매각되는 것을 전제로 수요예측에 참여한 것이기 때문에 최종 청약에 불참한 것"이라며 "금투협에서 질의 공문이 오면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혔다.
◆지정되면 5번째=한화운용이 불성실 참여자로 지정되면 지난해 제도 도입 후 5번째 지정사가 된다. 지난해 BS투자증권을 시작으로 흥국자산운용, 아이엠투자증권, ING자산운용 등이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로 지정됐다.
수요예측에 참여했다가 며칠 사이에 입장을 바꾸는 건 한화운용처럼 대부분 가격 문제 때문이다. 자신들이 사겠다고 한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판단에 최종 청약에선 빠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6월 BS투자증권은 대성산업가스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했다가 최종 청약에선 철회했고, 흥국자산운용은 대우조선해양 회사채에서, ING자산운용은 대우인터내셔널 회사채에서 입장을 바꿨다. 이들은 당시 "발행금리가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며 사유를 밝혔다.
한편 업계 일각에선 현재 불성실 참여자에 대한 제재 조치가 너무 미약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요입찰에만 참여하지 못할 뿐 유통거래는 가능하다"며 "제재 기간을 늘리거나 강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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