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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회장 항소심도 실형···한화 '경영차질' 위기 고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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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적인 절차와 수단 동원 책임져야" vs "성공한 구조조정, 개인이익 없는데..."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 정준영 기자, 박나영 기자]차명 위장계열사을 부당지원하고 빚까지 대신 갚아줘 회사에 거액 손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1심과 달리 그룹 계열사들을 동원해 위장계열사에 수천억원을 몰아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탓이다. 김 회장의 부재에 따른 비상경영 체제 지속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태양광사업 등 한화그룹의 신성장 동력 사업도 차질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윤성원)는 1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만 김 회장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구속집행정지 상태는 유지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한화 그룹의 실질적 경영자로서 법의 준수와 사회적 책임이행을 다해야할 위치에 있음에도 주식회사 법제도의 본질적 가치와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훼손하는 범행을 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한화그룹 구조조정을 위한 합리적 경영판단이라는 김 회장 측 주장에 대해 “적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합리적 대책 없이 부실한 위장계열사를 대규모 지원한 것은 합리적 경영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배척했다.

재판부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칸트의 말을 인용하며 "성공한 구조조정이 그 과정에서 이미 발생한 위법을 정당화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최근 법원 안팎에서 제기되는 배임죄 적용 확장을 제한해야 한다는 논의를 언급하며 “적법한 절차와 수단을 갖추지 못한 만큼 사안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재판부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법조계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에서 배임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재판부에서도 성공한 구조조정이며 개인적 이익을 취한 것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배임죄가 계속 적용되는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침상 위에 누운 김 회장=이날 김 회장은 공판이 시작되는 오후 3시에 맞춰 의료진 2명을 대동하고 침상에 누운 채 법정에 출석했다. 갈색 뿔테 안경에 목 아래까지 끌어올린 이불 아래 선고가 끝날 무렵까지 눈을 감은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당초 1심이 무죄로 판단했던 한유통, 웰롭, 부평판지 등 위장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 혐의(업무상배임)가 유죄로 뒤바뀌는 순간까지도 김 회장은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나 재판부가 실형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3년을 선고해 항소심까지 실형이 굳어지자 이를 전하는 변호인과 간단한 대화를 주고 받은 뒤 퀭한 눈으로 방청석에 이어 법정 벽면을 바라보다 침상에 실린 채 다시 법정을 나갔다.


◆2심까지 실형 배경은 계열사 부당지원에 대한 ‘유죄’ 판단=2심까지 실형이 선고된 주 원인은 김 회장의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가 한화그룹에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한 몫이 크다.


김 회장이 받고 있던 혐의 중엔 2003~2006년 그룹 계열사들을 동원해 한유통, 웰롭, 부평판지 등 부실·위장 계열사에 연결자금 제공 및 지급보증 등을 통해 8994억원 규모 부당지원이 포함됐다. 또 이들 위장계열사가 떠안은 빚을 덜어내기 위해 부동산 저가 매각 및 인수·합병, 유상증자 등을 통해 계열사들에 거액 손해를 떠안긴 혐의도 받았다.


앞서 1심은 위장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 행위로 인해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실제로 입은 손해가 전혀 없다며 재산상 손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위장계열사 및 김 회장 개인 소유회사에 대한 자금지원은 더 신중해야 함에도 합리적 채권담보 확보 조치 없이 경영기획실 주도 하에 부당지원에 나서 재산상 손해발생 위험을 높였다”며 법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합리적 경영판단에 따른 조치라는 김 회장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사회의 실질적 심의의결 절차가 없었고, 김 회장의 개인 의사와 실체가 다를바 없는 경영기획실의 지시로 사업연계 및 관련성이 없는 계열사들에 대한 지원행위가 이뤄진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외환위기 등을 감안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김 회장 측 주장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자금지원 여부를 숨기려고 단기자금을 유통하는 것처럼 겉모습을 꾸몄다”며 “적법한 부실정리 조치가 없이 돌려막기식 지원에 나섰던 사정 등을 감안하면 외환위기만이 아닌 외형키우기와 차입경영 의존 비중을 높인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동반인수 경위와 목적, 절차 등에 비춰 한국강구공업 인수와 부평판지 인수는 하나의 과정으로 판단해 그에 따른 득실을 따진 결과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인수과정을 둘러싼 배임 혐의는 무죄로 봤다.


◆총수 부재로 경영차질 심화…한화 “상고 여부 검토”=한화 측은 항소심 재판부의 1심과 같은 '실형 결정'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투자·고용·조직·인사' 등 경영 계획 전 분야에서 올해 로드맵을 완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룹 회장 부재가 장기화될 경우 사업 부문별로 '존폐의 기로에 설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특히 김 회장이 그룹 미래 신 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태양광 사업 투자 실기(失期)에 대한 우려감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사업 특성상 총수의 최고위층 글로벌 네트워크 능력이 수반돼야 할 정유·발전·태양광 등 이라크 추가사업 수주 노력도 사실상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다.


법원 판결에 한화그룹 관계자는 "건강 상태 악화는 물론 회사의 경영전략 차질도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재판부의 판결문을 받는 즉시 변호인단과 함께 대법원 항고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입장 발표를 위한 별도의 간담회 등은 고려치 않고 있으며 판결에 따른 영향과 대응책 마련 등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화 측은 법원의 이번 판결에, 경영기획실 및 계열사 사장단이 주축이 된 현 비상경영 체제를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아울러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포함한 임원급 인사, 중장기 사업 목표 달성을 위한 조직개편 등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정준영 기자 foxfury@
박나영 기자 bohena@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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