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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긴장 택하고 독립성 지킨 김중수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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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이번 한 번만 총재가 투사가 돼주시면 좋겠습니다. 경기 회복에 저금리의 문제점까지 말해놓고 금리를 내려버리면, 사기가 떨어져 일할 수 있겠습니까?"


'투사'로 내몰린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정부와의 긴장 관계를 택했다. 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6개월 연속으로 금리를 묶었다. 한은 직원들의 바람은 이뤄졌고, 정부는 뒤통수를 맞았다.

김 총재는 '베이비스텝(0.25%포인트)'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금리의 방향은 7명의 금통위원이 투표를 통해 다수결로 정하지만, 박원식 부총재와 한은이 추천한 문우식 위원은 대개 김 총재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금통위는 금리 조정 대신 총액한도 대출을 3조원 늘리기로 했다. 금리는 동결하되 정부와의 공조도 어느 정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4월 금통위는 전례없이 뜨거운 관심 속에 열렸다. 정부와 한은의 엇갈리는 경기판단 속에 북한 리스크와 엔저 변수까지 부각된 탓이다. 수사적 위협에 그칠 것으로 봤던 북한의 공세는 미사일 발사로 이어질 태세고, 달러당 엔화값은 100엔 선을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와 정치권의 금리인하 압박이 더해지면서 이번 금통위는 김중수 한은 총재의 소신을 묻는 시험대가 됐다.

그간 정부와 정치권은 김 총재를 강도높게 압박해왔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기준금리는 기본적으로 한은 금통위가 결정하지만, 경제인식과 방향성에 대해선 경제 회복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달 1일에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말을 거들었다. 이 원내대표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와 중소기업에 대한 총액한도대출 한도의 인상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틀 뒤엔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까지 나섰다. 그는 채권금리의 방향을 언급하다 "한은이 금리를 추가로 내려주면 더 좋다"고 했다. 원론적인 발언이었다는 해명이 나왔지만, 여당 원내대표에 이어 청와대까지 한 방향을 가리키면서 김 총재는 고립무원의 처지가 됐다.


하지만 김 총재의 입장은 한결같았다. 미약하지만 경기가 나아지고 있고, 주요국도 금리를 묶어 지금은 금리를 낮출 때가 아니라고 봤다.


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정책 공조는 필요하지만, 금리 방향은 경제 상황에 대한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20일 경제동향간담회에서는 "한 나라의 경제를 실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했다. 금리를 함부로 조정할 수 없다는 의중을 담은 말이었다. 김 총재는 이틀 뒤 금융협의회에서도 "국제 금융가에선 오랫동안 이자율이 낮은 상태가 지속되면 경제에 거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면서 인하 불가론을 폈다.


이렇게 김 총재의 입장은 확고했지만,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높았다. 경기방어에 나선 정부의 입장이 워낙 완강해서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7%포인트나 낮추고, 17조원 안팎의 추경예산을 편성해 돈을 풀기로 했다. 기존 주택의 양도세마저 깎아주는 부동산 대책도 내놨다. 외환위기 때도 없었던 조치다.


10일 현재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2.48%로 기준금리를 0.27%포인트나 밑도는 등 오래전에 역전된 장·단기 금리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었다. 이날 한은의 금리 동결이후 코스피 지수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국채선물 6월물은 전일 대비 25bp(베이시스 포인트=0.01%포인트)하락한 106.86에 거래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약보합권에서 움직였다.


김 총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신을 택했다. 경기회복의 속도에 따라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위험 부담을 안게 됐다. '한은도 정부'라던 임기 초의 입장과 사뭇 다르다. 채권시장에선 당분간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연미 기자 chang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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