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아시아블로그]동학사 벚꽃…세종청사의 이른 봄

시계아이콘01분 30초 소요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세종청사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는 곳에 동학사(東鶴寺)가 있다. 지금 벚꽃이 한창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며칠 동안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피어나던 꽃눈이 살짝 움츠려들긴 했다. 그래도 동학사 가는 길 양쪽으로 뻗어있는 벚꽃은 장관을 이룬다. 우아하게 휘어지고, 몇 백 년을 견딘 벚나무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는 길을 걷노라면 자연이 만든 선물에 감사할 따름이다. 나이를 먹은 벚나무들은 1300년에 이르는 동학사의 역사와 같이 한다. 떨어지는 꽃잎이 불어오는 바람에 날릴 때면 눈이 나리는 것인지 자연의 섭리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동학사는 남매탑 전설로 유명한 상원조사에서부터 시작된다. 신라시대 상원조사가 암자를 짓고 수도하다가 입적한 후 724년 제자 회의화상이 쌍탑을 건립했다고 전해진다. 당시에는 청량사로 불렸다. 920년 고려시대의 도선국사가 원당을 건립하고 국운융창을 기원했다고 해서 태조의 원당이라 불렸다. 이후 절의 동쪽에 학(鶴) 모양의 바위가 있다고 해 동학사라는 설과 고려 충신이자 동방이학(東方理學)의 중심인 정몽주를 이 절에 모셨다 해서 동학사라는 설명도 있다.

[아시아블로그]동학사 벚꽃…세종청사의 이른 봄
AD

크고 작은 변화는 있었지만 지금까지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고찰 중의 하나이다. 세종청사의 역사도 이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시작점에 서 있다. 세종청사에는 아직 몇 백 년 된 벚나무도, 나이를 먹은 소나무도 많지 않다. 전부 새로 옮겨 심은 나무들이라 올해를 잘 버텨주기만을 바라는 수준이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만큼 군데군데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도 많다.


새로운 행정부 역사를 시작하는 지점에서 너무 서두를 일은 아니다. 그러나 첫 시작을 위해서는 지금 모습뿐만 아니라 후세대들에게 어떤 의미로 청사가 자리 잡을 것인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박근혜정부 출범이후 세종청사는 '충청도에 있는 또 하나의 작은 정부청사'쯤으로 인식되고 있다. 모든 업무와 시스템은 여전히 청와대와 서울청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장관은 일주일의 대부분을 국무회의와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으로 서울에 출장 가는 것이 잦다. 공무원들도 서울에서 출퇴근 차량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과천 정부청사가 자리를 잡는 데 적어도 10년이 걸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몇 달 만에, 몇 년 안에 세종청사가 행정부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렇게 될 수도 없다. 시간이 지나야 해결되는 부분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서두를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서울중심으로 펼쳐지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행정업무를 세종청사 중심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오는 12월에 복지부, 문화부 등 추가로 부처가 세종청사로 내려온다. 국무회의가 세종청사에서 열리고 각종 현안 보고가 세종청사에서 자리 잡을 때 세종청사의 역사는 비로소 시작된다.


이렇게 시작된 세종청사 역사는 동학사 벚나무가 꽃잎을 휘날리는 장관만큼 이나 하나, 둘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몇 십 년 뒤, 혹은 몇 백 년 뒤 후세대들이 세종청사 역사를 떠올릴 때 '혼란과 우여곡절의 역사'를 대화의 중심으로 삼는 게 아니라, 세종청사의 아름다운 역사를 떠올릴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동학사의 봄은 찾아오고 벚꽃은 아름답게 난분분 휘날리는데 세종청사에는 아직 따뜻한 봄과 꽃향기 보다는 혼란과 걱정이 앞선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