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토익 630점, 학점 3.4, 개근상, 지난해 삼성전자에 합격한 입사지원자의 평균스펙(학점 3.7점 토익 841점)에 훨씬 못 미치는 스펙이다.
대기업 합격자의 평균 스펙에 한참 모자라는 토익점수와 학점으로 삼성전자 부사장 자리에 오른 인물이 있다. 그것도 삼성전자에 젊은 인재를 수혈하는 핵심 보직인 인사팀장을 맡고 있다. 바로 원기찬 삼성전자 인사팀장(부사장)이다.
원기찬 부사장은 지난 4일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린 삼성 토크콘서트 '열정락(樂)서'에서 삼성전자 입사비결과 성공적인 직장생활에 대해 조언했다. 이 자리에서 원 부사장은 "(제 스펙을 보면)이런 사람이 어떻게 삼성에 들어왔을까. 어떻게 저렇게 됐을까. 생각이 들 것"이라며 별 볼일 없는 스펙으로 입사해 부사장까지 오르게 된 경험담을 들려줬다.
"저는 젊었을 때 BMW를 탔습니다"
원기찬 부사장의 고백에 대학생들은 갸우뚱했다. 분명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다고 했는데 무슨 재주로 비싼 수입차를 타고 다녔을까. 그는 진짜 BMW를 탄 것이 아니었다. 가난했던 그는 BUS(버스), METRO(지하철), WALKING(걷기)을 이용해 태평로와 창동을 오갔다. 하지만 버스 지하철 걷기의 앞 글자를 딴 B·M·W를 독일 수입차 BMW를 동일시하며 현재 상황을 긍정하려고 애썼다. 긍정 마인드로 무장한 그에게 불평불만은 백기를 들었다.
이러한 긍정 마인드는 상사의 꾸중과 본인의 약점을 이겨내는 계기가 됐다. 컴퓨터 대신 손 글씨가 대세이던 시절, 원 부장이 쓴 글씨를 보고 상사는 "너 학교는 나왔냐"며 무시하기 일쑤였다. 좌절하는 대신 '누가 이기나 보자' 승부욕이 발동했다. 수없이 손글씨 연습을 했고 지금은 악필이라는 평을 더 이상 듣지 않는다. 모멸감을 승부욕으로 스스로 전환, 발전시킨 것이다.
원 부사장은 삼성전자에서 일하는 내내 승부욕이 자가 발전의 동력이 됐다고 했다. 그는 "삼성물산에 입사하고 싶었는데 삼성전자로 발령을 냈고 영업을 하고 싶었는데 인사팀으로 보냈다"며 "당시 정말 그만두고 싶었다"고 했다. 어찌어찌 6개월을 버텼다. 이후 "아 이거 내가 모르는 게 있을 텐데 그만두면 다 실망하고 일 년만 해보자"고 작정했다. 그렇게 오기와 승부욕으로 덤벼든 인사업무는 차츰 그에게 즐거움과 도전의식을 안겨줬다. 그렇게 쭉 30년 동안 '인사' 한 우물만 팠다. 인사통이라는 별칭은 그가 30년 동안 온갖 부침을 이겨내며 얻은 전리품이다.
원 부사장은 삼성전자에 입사하려면 스펙 만들기에 매몰되지 말고 '자신의 스토리'를 만들라고 조언했다. 대단한 스토리를 만들라는 게 아니다. 본인의 개성과 경험이 묻어난 컬러 스토리를 잘 엮으면 된다는 것이다. 원 부사장은 아르바이트를 무려 30개나 경험한 자신의 부하를 예로 들어 소개했다. 그는 "고생을 진짜 많이 한 친군데 다른 동기보다 10년 이상 산 것 같은 연륜이 있다"며 "이런 사람 뽑을까요? 당연히 뽑는다"고 말했다.
그는 "진로를 정할 때 뭐를 일단 내가 잘하는 것 의미 있는 것 좋아하는 것 이 세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발전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5년 후, 10년 후 여러분들이 생각하지 못한 멋진 모습으로 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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