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건 감사원장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4일 11시30분 양건 감사원장 주재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 실시, 보도자료 현장 배포"(3일 오후 8시11분)
출입처 사람들과 저녁 식사가 한창이던 지난 3일 오후 8시경 기자의 핸드폰에 문자 한통이 도착했다. 감사원 공보실(홍보실)에서 보낸 문자였다. 당시 바로 다음날인 4일 점심때 양건 감사원장과 출입 기자단 간 오찬 감담회를 가질 계획이라는 내용이었다.
다른 출입처 인사와 4일 선약이 예정됐던 기자로써는 순간 난감했다. 기자들은 보통 여러 출입처를 맡다보니 출입처와의 간담회 자리든 식사 자리든 최소 일주일 이상 기간을 두고 날짜를 잡는다. 물론 출입처에서도 이를 알기에 기자들에게 알리는 브리핑 일정을 어느정도 기간을 두고 정하기 마련이다.
어떤 시급한일이 있기에 전날 저녁에 문자를 뿌려 다음날 오찬 간담회를 하겠다는 지 궁금했다. 자리를 잠시 빠져나와 감사원에 전화를 걸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내일 간담회 내용은)올해 감사원 운영 방향과 주요 현안에 대해 알리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가 판단하기에 바로 다음날 일정을 잡을 정도의 시급한 사항은 아니었다. 충분히 여유를 갖고 날짜를 잡을 수 있는 사안이었다.
'(간담회에)참석하고 싶으면 오고, 그렇지 않으면 말아라'라는 식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선약이 있는 기자들이 적지 않을텐데 기자들이 많이 참석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도 잠시, '감사원이 정부부처 중 사실 '갑(甲) 중의 갑'이다 보니, 기자들에게까지 그런 자세로 군림하려고 하는 건 아닌 지'라는 의구심 마저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4일) 오전 출입기자단 긴급 회의가 소집됐다. 감사원이 제시한 간담회 일정을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를 놓고 출입 기자들간 회의가 열린 것. 회의가 급하게 소집됐지만, 스무명이 넘는 기자가 참석했다. 기자들 대부분 '감사원의 일방적 통보'에 불만을 토로했다. 회의는 1시간 넘게 이어졌고, 회의 결과 이날 예정된 감사원장과의 간담회 일정을 취소키로 결정했다. 감사원 공보관실은 그제서야 "미안하다. 다음부터는 사전에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전날과 사뭇 다른 자세를 보였다.
지난 3일 감사원이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기 앞서 양건 감사원장은 청와대로부터 공식적으로 유임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감사원장은 이 사실을 하루라도 빨리 기자들에게 알리고 싶었고, 공보실은 감사원장의 하명을 급하게 수행(?)하느라 이같은 해프닝이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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