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이른바 ‘낙지 질식 사망 사건’의 피고인 김모씨(33)가 항소심에서 살인 혐의를 벗었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는 5일 보험금을 타기 위해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절도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는 유죄로 보아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의학자 등 전문가에 따르면 코와 입을 막아 살해할 경우 유아·고령환자·의식을 상실한 자가 아니라면 얼굴 등에 저항의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다”면서 “21세 건강한 여자였던 피해자의 몸에 아무런 저항의 흔적이 없어 코와 입을 막아 살해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 당일 부검 등 여러 검사가 이뤄졌다면 사망원인을 충분히 밝혀낼 수 있었겠지만 당시 타살의혹을 품지 않은 경찰이 어떤 조사도 하지 않아 피고인의 진술 외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유일한 증거인 김씨의 진술대로 낙지로 인한 질식사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낙지 사망사건과는 별도로 양도한 승용차를 몰래 가져와 대부업체에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마련한 혐의에 대해서는 “과거 전력이 있고 범죄수법이 좋지 않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김씨는 2010년 4월 여자친구 윤모씨와 함께 인천의 한 모텔에 들어가 술을 마시다가 ‘여자친구가 낙지를 먹다 쓰러졌다’며 모텔 카운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병원에 실려간 윤씨는 16일동안 식물인간 상태로 있다가 숨졌고 경찰은 모텔 종업원의 증언을 토대로 ‘질식사’로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윤씨가 사망 일주일 전 생명보험에 가입했고 사고 이후 김씨가 수익자를 자신으로 바꿔 2억원을 타낸 사실이 밝혀지면서 검찰은 김씨를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1심은 “낙지가 목에 걸려 윤씨가 숨졌다”는 김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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