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한국계 미국 배우 서맨사 푸터먼(25)은 지난달 21일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봤다는 한 여성으로부터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쪽지를 보낸 아나이스 보르디에(25)라는 여성의 프로필 사진을 클릭한 순간 자신의 얼굴과 똑같은 또 다른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나이스 역시 자신과 서맨사가 너무 닮은 것 같다는 메시지를 전해 왔고, 알고 보니 생년월일도, 한국에서 태어나 생후 몇개월 만에 외국으로 입양됐다는 점도 모두 똑같았다.
지금까지 서로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25년을 살아온 두 사람은 이렇게 소셜미디어서비스(SNS)와 인터넷 클릭 몇번만으로 서로가 쌍둥이 자매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됐다.
3일 인터넷 사이트 킥스타터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서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는 아나이스는 두달 전 친구로부터 한 유튜브 동영상에 나오는 아시아계 배우가 자신과 매우 닮았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 아나이스는 이를 농담으로 여기고 흘려버렸지만 얼마 후 또 다른 이에게 자신과 꼭 빼닮은 배우를 다른 영화에서 봤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뒤 호기심에 인터넷에서 서맨사를 검색했다.
서맨사의 프로필 정보를 통해 그녀가 자신과 같은 1987년 11월19일에 태어난데다 입양됐다는 공통점까지 발견한 아나이스는 두근거리를 마음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서맨사에게 연락했다.
부산에서 태어난 아나이스는 생후 3개월만에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프랑스로 입양돼 파리 근교에서 외동딸로 자랐다. 프랑스 국립의상학교를 나와 올 여름 런던 센트럴세인트마틴대학을 졸업할 예정이다.
서맨사는 역시 다른 입양기관을 통해 미국 뉴저지로 입양돼 그곳에서 자랐다. 보스턴대에서 연극을 전공한 그는 '게이샤의 추억'에서 주인공 치요의 언니 '사츠'를 연기했으며 영화 '더 모텔', '21 앤드 오버' 등에도 출연했다.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로스앤젤레스와 런던에 떨어져 사는 이들은 화상 통화를 하긴 했지만, 아직 직접 만나지는 않았다. 서맨사가 '쌍둥이 자매(Twinsters)'라고 이름 붙여진 프로젝트를 통해 감격적인 상봉을 하고 유전자 검사로 핏줄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촬영할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들은 창조적 프로젝트의 기금을 모으는 사이트 킥스타터를 통해 자신들의 사연을 공개했고, 보름만에 이미 800명 넘는 후원자들이 3만4000여달러를 기부하며 두 사람의 재회를 고대하고 있다.
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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