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네덜란드는 독일과 함께 유럽 내에서도 탄탄한 경제 성장을 하는 나라로 꼽혀왔다. 하지만 네덜란드 역시 경제위기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경제 성장률은 정체되고 있으며, 근로자들의 일자리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독일의 주간지 슈피겔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제모델로까지 알려졌던 네덜란드 경제의 발목을 잡은 것은 부동산이다. 더욱이 위기의 원인 역시 미국이나 스페인 경제를 위기로 몰았던 과정과 거의 비슷하다. 시중은행들이 무분별하게 부동산 대출을 해줬던 것이 화근이다. 네덜란드 은행들은 1990년대 이래로 부동산에 충분한 담보물을 잡지 않은 채 대출을 해줬다. 이 때문에 주택 구매자들은 은행으로부터 사들이려는 부동산 가격의 100% 이상을 쉽게 빌릴 수 있었다. 그동안 네덜란드는 부동산 대출 비율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채무불이행률이 낮음에 따라 문제가 커지지 않았다.
슈피겔과 인터뷰를 한 네덜란드 시민은 "연간 소득의 5배를 은행에서 큰 어려움 없이 빌릴 수 있었다"며 "자기 돈 하나 들이지 않고 집을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네덜란드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에 대해서 세금을 공제해줬기 때문에 네덜란드에서는 부동산 사들이기 열풍이 불었다.
이같은 부동산 열기에 대해서 네덜란드 중앙은행이 10여년 전부터 경고하기도 했지만, 이같은 경고는 무시됐다. 네덜란드의 부동산 문제가 붉어진 것은 마르크 뤼터 총리 취임 이후 재정건전화를 위해 각종 세금공제혜택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였다. 주택모기지 이자를 납입할 경우 세금 공제를 해주는 혜택이 올해 1월부터 서서히 만료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는 측면에서 때 늦었다고 슈피겔은 지적했다. 이미 네덜란드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모기지 대출액이 6500억유로(환율)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50%에 이르렀다.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페인의 경우 2011년 가계부채 비율이 GDP의 125%인 점을 감안하면 네덜란드의 경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 수 있다.
네덜란드는 유로존 경제위기에도 경쟁력을 유지했지만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 전체 경제가 위협을 받게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네덜란드는 재정건전화의 짐도 안고 있다. 그동안 네덜란드는 강력한 긴축정책을 시행했음에도 재정적자가 GDP의 3%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유럽연합(EU)의 지침조차 따르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예룬 데이셀블룸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공공부문 및 의료보험 분야에서 43억유로의 재정을 줄이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2014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재정긴축은 실업을 불러오고, 실업은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긴축정책은 심각한 문제점을 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럽경영공학대학원(ESMT)의 외르크 로홀 학장은 "이렇게 되면 악순환이 벌어져, 빚을 진 가계들이 깊을 갚지 못하고, 은행들은 부실해져 경제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며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 실업률이 증가해서 빚을 갖지 못하는 가계는 더욱 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경제기획국은 올해 -0.5%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월에 파산한 기업은 755개로 198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세계 경기의 부진 속에서 긴축정책과 부동산 경기 하락이 네덜란드 경제를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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