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직장인 김승훈씨는 남모르는 콤플렉스가 있다. 배꼽 주변에 거뭇하게 난 배털 때문이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땀흘리며 축구시합을 한 뒤라면 특히 곤혹스러웠다. 남들은 등목한다며 웃통을 벗어 제꼈지만 김씨는 배털 때문에 가리기 급급했던 것. 최근 한 TV프로그램에서 한 개그맨이 제모크림을 이용해 제모하는 모습을 보고는 무릎을 탁 쳤다. "이제 깨끗한 상체를 가지게 됐다"는 말에도 100배 공감이 갔다.
최근 남성들 사이에서 제모용품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깔끔하고 세련된 댄디남들이 각광받으면서 과거 남성들의 상징이었던 수염, 다리, 복부 부분의 체모를 제모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는 것. 특히 자신을 가꾸는 데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그루밍족이 증가하면서 제모용품 판매도 부쩍 증가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옥션에서는 최근 한 달간 제모용품 판매량이 전년대비 30% 증가했다. 이중 남성 고객의 구매량은 40%나 늘었다. 노출의 계절을 대비해 평균 남성보다 털이 많은 남성들도 관련 제품을 일찌감치 구입해 관리하면서 제모용품을 찾는 남성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남성들이 즐겨 찾는 제모 제품으로는 제모기, 제모패치, 왁스크림 등 종류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피부과에서 시술하는 레이저 제모와 같은 '홈 레이저 제모기'가 집에서 초보자들 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 인기를 모으면서 제모기 구매고객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25%에 달하던 것이 올해에는 35%로 상승했다.
최근에는 인중, 턱, 눈썹 등 얼굴에 난 털을 제모하는 남성들도 늘었다. 옥션에서는 민감한 얼굴 부위 제모를 도와주는 제모패치, 왁싱용품 남성 구매율이 같은 기간 6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여성들이 즐겨 애용하는 눈썹정리기는 남성전용 제품으로도 다양하게 등장했다. 제모 후에 제모부분에 관리하는 남성 전용 제모크림을 찾는 수요도 증가했다.
황준하 옥션 패션팀 팀장은 "여성들이 노출을 대비해 즐겨 찾던 제모용품이 남성들에게 각광받고 있다"며 "외모에 관심을 가지는 남성들이 증가하면서 남성전용 제모용품이 대거 등장하고 초보자들도 집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셀프 제모용품들이 봄을 맞아 남성 구매율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G마켓에서도 지난 1일부터 26일까지 남성들이 사간 제모용품 판매량은 전년대비 63% 증가했다. 세부 품목별로는 데오드란트가 95% 늘었으며 제모기계는 36%, 모 근 제거기는 86%씩 각각 증가했다. 코털 제거기도 인기다. 남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코털 제거기는 전년대비 34% 늘었다. 제모크림과 제모왁스 등도 14% 판매량이 증가했다.
G마켓 관계자는 "여름철을 앞두고 제모용품을 찾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꾸미는 남성들이 늘어남과 동시에 남성용 반바지 등이 봄, 여름 패션 아이템으로 인기를 얻음에 따라 앞으로 제모 관련 상품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오주연 기자 moon17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