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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1일의 기다림, 이천수에게 찾아온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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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1일의 기다림, 이천수에게 찾아온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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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이기지 못해 아쉽고 팬들에게 미안하다."

'풍운아'는 연신 패배를 곱씹었다. 고향 팀 유니폼을 입고 염원했던 복귀전을 마쳤지만 상기된 감정은 최대한 억눌렀다. 그라운드 중심에서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던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 1381일 만에 K리그 클래식에 돌아온 이천수(인천)에게 찾아온 변화다.


이천수는 지난달 31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4라운드 대전과의 홈경기에서 국내 무대 복귀전을 치렀다. 1-2로 뒤진 후반 8분 구본상을 대신해 경기장에 들어섰다. 2009년 6월 20일 전북전 이후 약 4년 만에 다시 맞은 기회. 임의탈퇴 신분으로 2011년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오미야에서 한 시즌을 소화한 뒤 1년 6개월 만에 치른 첫 실전이었다.

당초 4월에나 출전이 가능할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오랜 공백으로 무뎌진 체력과 감각을 조율해야하는 까닭. 예상보다 이른 복귀는 남다른 출전 욕구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김봉길 인천 감독은 "이천수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고 주변 동료들과도 잘 어울리면서 컨디션을 빨리 회복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진 않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뛰고 싶다는 본인 의지가 워낙 강했다"라고 덧붙였다.


1381일의 기다림, 이천수에게 찾아온 변화


뜨거운 관심 속에 모습을 드러낸 이천수는 전매특허인 드리블 돌파와 중거리 슈팅으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오랜 공백 탓에 잦은 실수도 여러 차례 있지만 특유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와 승부근성은 여전했다. 상대 수비가 거친 몸싸움으로 맞서자 심판을 향해 강하게 어필하는 모습도 보였다. 굳어진 '악동 이미지'로 돌발행동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불필요한 언쟁이나 몸짓은 자제했다. 아쉬운 패배로 복귀전을 마친 가운데 팬들의 격려에 대한 화답도 잊지 않았다.


두드러진 변화는 공식 인터뷰에서도 드러났다. "경기에 투입되자마자 상대 수비에 머리를 가격 당했다. 예전 같으면 화를 냈을 테지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참으로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모범이 돼야 한다고 느낀다. 징계를 받고 퇴장당해 팀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행실을 바로 하겠다."


지나온 행보와는 확연히 달라진 자세다. 사실 이천수에게 겸손이란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학창시절부터 모든 플레이의 중심을 자처했다. 톡톡튀는 언행과 타고난 승부욕으로 경기장 안팎에서 얘기치 못한 돌발행동을 일삼기도 했다. 때문에 몸담은 보금자리마다 팀워크를 해치는 주범으로 낙인찍혔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맞은 재기의 기회. 유종의 미를 다짐한 그는 지난 과오를 모두 잊고 팀 승리를 위한 투지만 남겨두겠단 각오다.


이천수는 "인천에는 (김)남일이형과 (설)기현이형이 있어 부담이 덜하다. 팀 내에서 선배와 후배 사이 가교 역할에만 집중하면 돼 마음이 한결 편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욕심이 많기 때문에 부족한 점도 많다고 느낀다. 축구 선수로서 만족이란 없다. 경기장에서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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